안전에 1조원 쓴다던 포스코…"그 돈 다 어디에 쓰나"

노동계 '살인기업 3위' 오명 못 벗어나…2년새 사망자만 9명

입력 : 2019-12-27 오전 6:04:13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포스코가 안전관리에 1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공언했지만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형식적인 처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은 "원가를 절감한다며 안전과는 거리가 먼 1인 근무를 시켜놓고는 안전관리에 그 많은 돈을 쓴다니 어불성설"이라며 "사측은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무엇인지 파악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은 26일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문제는 진상규명과 대책수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항상 사고가 나고 대책을 수립한다고 했으나 바로 사고가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조사부터 대책까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의 악순환'의 배경에는 허술한 사고원인 조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대책 마련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아울러 노조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와 대책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은폐조작하는 회사를 믿을 수 없다"며 "현장을 잘 알고 회사와 대등한 조직인 노동조합이 진상조사를 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포스코는 잦은 안전사고로 인해 노동계가 선정한 '2019년 최악의 살인기업' 3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최악의 살인기업은 지난 한 해 동안 산재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말한다.  
 
이에 포스코는 당초 안전예산 5453억원에서 5597억원을 더해 3년간 1조10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예산을 추가해 조직신설 및 인력육성에 369억원, 밀폐공간처럼 중대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와 시설물에 안전장치를 보완하는데 5114억원, 외주사 교육 및 감시인 배치 등을 지원하는데 114억원을 배정했다. 
 
포스코가 안전관리에 1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재발방지에 기대를 모았으나 크고 작은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노조 측은 체감상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오후 1시14분께 전남 광양시 금오동 광양제철소 내 한 공장에서 폭발 사고 발생 후 이순신대교 위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포스코 현장에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특히 지난 2월 발생한 사망 사고는 은폐의혹까지 더해져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당시 포항제철소 신항만 5부두에서 인턴직원을 대상으로 크레인 작동교육을 하던 김모씨가 동료 직원이 작동한 크레인에 끼여 숨졌다. 포스코는 사고 직후 지병에 의한 심장마비 질병사로 발표했으나 추후 사인은 협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자들은 안전을 위한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포스토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느끼는 것은 없고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확인이 어렵다. 노동부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아직 파악한게 없다. 최근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노동부에 계속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교육에 대해서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느끼거나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1조원 가량을 투입하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직원들을 또 다시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비용절감 탓에 현장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설비에 문제가 있으면 가동을 중단해서라도 수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 관련 전문가들은 "기업은 '안전문제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방위 안전보건공단 사고조사단 부장은 "사고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기업들이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주는 경우가 없다"며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는 대형사인 만큼 노사가 자체적으로 협의하겠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사전에 어떻게 예방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고 투자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설비 투자나 조직 운영, 교육 등은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반성할 점 등을 파악해 개선해나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안전관리에 1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재발방지에 기대를 모았으나 크고 작은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노조 측은 체감상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폭발사고 원인규명,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 사진/금속노조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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