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재앙 전염병)②RNA바이러스, 뿌리는 같은데…빨라지고 강해지는 전파력

인구 밀집, 병균 노출 위험 증가…세균성 감염병은 항생제 내성 문제도

입력 : 2020-02-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의학기술 발달과 생활 위생 수준 향상에도 전염병 바이러스는 끝없이 변이하며 인류를 위협한다. 인구 밀집도를 높이는 교통, 대도시 환경 등과 더불어 항생제 등 삶을 유익하게 만드는 기술 발전이 되레 바이러스 전파력을 키우고 있다는 게 딜레마다.
 
코로나19의 원인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와 함께 바이러스의 양대 축을 이루는 'RNA' 바이러스 계열이다. RNA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잦고 돌연변이 발생률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로 꼽힌다.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 제조 역시 쉽지 않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10대 전염병 가운데 8개가 RNA 바이러스가 원인이 됐을 정도다.
 
이미 사태 후 수년이 지난 사스나 메르스가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20세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 에이즈(HIV) 역시 RNA바이러스가 원인이 됐으며, 인플루엔자 역시 같은 계열이다. DNA바이러스 대표 전염병으로는 천연두와 B형 간염 등이 있다.
 
전염병이 강력해지는 또 다른 배경으론 급격한 환경 변화도 꼽힌다. RNA바이러스를 비롯해 강력한 살상력을 지닌 전염병들의 원인균은 동물을 매개로 한 감염이 많다. 하지만 나날이 발달하는 기술에 훼손되는 자연, 즉 야생동물의 거주지가 줄어들면서 인간과의 접촉 기회가 늘어났고, 이로 인한 신종,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위험도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 교통수단 발달에 따른 감염자, 비감염자 간 접촉 기회 증가 역시 지역사회 감염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병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의 남용은 양날의 검으로 돌아온 경우다.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을 표적하는 항생제는 세균성 질환 분야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의약 자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항생제 사용이 내성균 토착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병원체의 경우 항생제 노출이 잦아질수록 스스로 저항 방식을 찾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고, 그 결과 내성이 생기면 그동안 손 쉽게 치료했던 질병조차 접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럽질병관리센터(ECDC)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박테리아의 70%는 최소 1종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짐 오닐이 2016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해마다전 세계 약 7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오는 2050년에는 사망자가 연간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병원체의 변이 위험성을 잘 드러낸 사례다. 이에 따라 WHO 역시 항생제 내성을 현대 공중 보건 분야 최대 위협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비교적 높은 평균 항생제 사용량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항생제 처방 수준은 하루 1000명당 34.8명이다. OECD 36개국 평균인 21.1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항생제 처방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태 심각성을 느낀 정부 역시 지난 20165개년 계획의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했지만, 의료 현장 일선에서 실효성을 느낄만한 정책은 아니라는 평가. 이에 대해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장은 "항생제 내성에 대한 적극적이고 세부적인 대책이 없다면, 현재는 물론 다음 세대는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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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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