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이 편한 한국인, 연골 손상 주의해야

동·서양인 해부학적 관절 모양 차이 탓…무릎에 쏠리는 하중은 관절에 부담

입력 : 2020-06-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좌식은 한국인은 편하고 가능하지만 서양인에게는 어렵고 생소한 자세다. 익숙하지도 않지만, 해부학적으로 관절 모양 자체가 달라 더욱 불편함을 느끼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인만 가능한 대표적인 특정 자세로는 쪼그려 앉기와 가부좌 자세 등이 있다. 하지만 무릎을 지나치게 구부려 관절의 부담이 가중돼 습관적으로 취하면 무릎 건강을 해치기 쉽다.
 
'아시안 스쿼트(Asian squat)'는 바닥에 발꿈치를 완전히 붙이고 쪼그려 앉는 동작이다. 서양인들에게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불편함 없이 자주 하는데, 서양인보다 관절 운동 각이 더 크기 때문에 다양한 자세를 취하더라도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쪼그려 앉았을 때 무릎에 쏠리는 하중으로 관절이 빨리 망가질 수 있다.
 
무릎 앞쪽에는 무릎을 움직일 때 지렛대 역할을 하는 슬개골이 있는데, 무릎이 구부러지는 각도가 커지면 슬개골을 압박하는 힘이 함께 증가한다. 쪼그려 앉을 때는 무릎이 128도 정도로 크게 구부러지고 슬개골이 받는 압력이 체중의 7.6배 정도로 늘어난다.
 
진호선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슬개골에 전해지는 자극이 지속되면 슬개골 내부 연골이 연해지고 갈라지다가 소실되는 슬개골 연골연화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며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도 관절의 무력감과 시큰거리거나 아픈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험해보지 못한 무릎 앞부분 통증을 느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말했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쪼그려 앉는 자세뿐만 아니라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해도 나타날 수 있다. 무릎이 뻣뻣해지거나 앞쪽 통증이 나타나면 증상을 유발하는 자세나 활동을 피하고 넓적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틈틈이 관절 주변의 근육을 키워줄 수 있도록 양다리를 교차시켜 허리 90도 굽혀주기, 의자에 앉아 무릎을 쭉 펴주거나, 바닥에 누워서 두발로 벽면을 밀어주는 등 꾸준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요가에서 하는 가부좌 자세도 서양인들은 어려워하지만, 양반다리가 습관인 우리는 어렵지 않다. 해부학적으로 동서양의 골반 관절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골반 관절은 다리뼈의 둥근 끝부위를 엉덩이뼈가 감싸고 있는데, 한국인은 다리뼈 끝이 서양인보다 더 둥글고 엉덩이뼈 길이가 더 짧다. 그러나 가부좌 자세나 양반다리는 골반은 괜찮지만 무릎이 과하게 구부러져 무릎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가부좌 자세는 무릎 주변 인대와 근육의 긴장을 유발하고, 무릎 압력을 높인다. 연골의 자극이 지속되면 연골이 마모돼 뼈와 뼈가 닿아 퇴행성관절염을 유발하고, 통증과 시큰함이 나타난다. 무릎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급적 무릎이 과하게 구부러지는 자세를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 자주 일어나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바닥에 앉을 때 방석을 반으로 접어서 엉덩이를 높여주면 다리를 펴고 앉기 수월해져 무릎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해부학적 관절 구조와 생활 방식 차이에 좌식 자세에 편안함을 느끼는 한국인이지만 관절에 쏠리는 부담은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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