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운명의 주'…인수 압박받는 제주항공

이스타 임시 주총 또 무산…노조 '제주 구조조정 종용' 의혹 제기

입력 : 2020-07-06 오후 1:07:5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이스타항공 임시 주주총회가 또다시 무산되며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이 여전히 정체 중이다.
 
인수자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여러 의혹이 불거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노조의 거센 항의에 항공사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까지 나서 인수를 압박하며 포기를 선언하기에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스타항공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시작 10여분 만에 폐회를 선언했다. 이스타항공이 인수자인 제주항공에 신규 이사·감사 후보 명단을 요구했지만 제주항공이 이를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이스타항공은 신규 이사 3명과 감사 1명을 선임하는 안건 외에 발행 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 상정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6일에도 주총을 열었지만 당시에도 제주항공이 후보 명단을 건네지 않으며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연기되면서 오는 23일 다시 임시 주총이 열릴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매각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일 이후 밝힌다는 방침이라 이번 주 내에 이스타항공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 강서구 소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는 최종구 대표. 사진/뉴시스
 
이스타 노조 "제주항공, 구조조정 종용"
 
현재 이스타항공은 부채비율이 높아 제주항공으로의 매각 외엔 뚜렷한 경영난 타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 인수 불발 시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직원들은 제주항공의 책임 있는 인수를 요구하며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노조는 제주항공이 인수 전부터 이스타항공 인력 구조조정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날 이스타항공 노조는 양사 경영진 회의록을 공개하며 제주항공이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 이스타항공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록에는 구조조정 인력 총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도 적혀 있다.
 
다른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 50억원을 추가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결국 제주항공 지시에 따라 희망퇴직 인원과 보상액을 50억원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비용 통제를 이유로 전 노선 운휴를 요청했고 이스타항공은 영업 의견을 취합해 최종 의사를 결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내용도 회의록에 포함됐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매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주 안에 인수 여부 가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노조에 국토부까지…제주항공, 생각 바꿀까
 
코로나19로 이스타항공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자 제주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인수를 미뤄왔다. 내부에서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가 자칫 모기업인 애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최근 대주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일가가 지분을 회사에 내놓기로 했다며 인수를 촉구하자 제주항공은 되려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문을 통해 800억~1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와 미지급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가 제주항공이 인수 전부터 경영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국토부까지 나서며 인수로 다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3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차례로 만나 딜 성사를 촉구했다. 국토부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지원금을 더욱 늘려주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에 인수 자금으로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여기에서 더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금이 늘어도 제주항공이 인수 시 부담해야 하는 미지급금은 적지 않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각종 세금 등 미지급 채무 규모는 최대 1000억원인데, 대주주의 지분을 팔아도 확보할 수 있는 돈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공항공사에 공항사용료 47억원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의 압박이 제주항공 죽이기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국토부에 각종 인허가와 제재를 받는데 김현미 장관까지 나섰으니 제주항공이 더욱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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