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자산가격은 세금이 좌우하지 않는다

입력 : 2020-07-22 오전 6:00:00
직접 겪어본 적 없으나, 책으로 보고 부모님께 전해 듣고 또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모습으로 상상하던 8.15 해방 후, 혹은 6.25전쟁 직후 분위기가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자니 그런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나, 엄청난 유동성으로 가격이 치솟은 부동산, 그걸 잡겠다고 징벌 수준으로 매기는 세금, 하필 주식 양도세까지 더해져 확산된 조세 저항. 뉴스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쟁투를 중계 중이고, 미국과 중국은 갈등을 키우고 있으며 북한은 영 불안하다. 이 와중에 수돗물에선 유충이 나왔다. 인터넷포털 검색어에는 ‘문재인 내려와라’가 오른 데 이어 ‘재검표를 실시하라’가 등장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는 오른다. 
 
카오스다. 이런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뉴스 하나하나를 자신의 투자에 대입해 보면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 따져봐야 하는데, 하나씩 들여다볼 틈도 없이 대형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 그게 잘 안 된다. 이제는 서로 다른 A, B, C 소식을 접해도, 부정적인 A가 그렇지 않은 B, C에까지 영향을 끼쳐 A, B, C를 싸잡아 ‘부정적’인 인상으로 저장, 다른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일이 생긴다. 당연히 잘못된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각 그룹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큰 영향을 주곤 한다. 요즘처럼 유튜브가 대중화된 시대엔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오피니언 리더가 된다. 아파트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은 부동산 인기 유튜버를 찾고,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 고수의 방송을 본다. 이들의 말이 그를 신봉하는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요즘 이 분들은 “무엇이 유망하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자기 채널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객관적인 사실로 왜곡하는 일이 잦다는 게 문제다. 
 
그 주관적인 생각은 자기 상황에 적합하게 세팅된 경우가 많다. 이를 테면 어떤 세제가 시행될 경우 각자에게 유불리는 다를 수 있다. 이번에 부동산 취득세율이 인상됐는데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일부에겐 유리해졌다.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세율체계인데 부동산 유튜버는 대부분 다주택자다. 부동산 세제를 비판할 때 이것도 함께 ‘깐다.’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자로 전세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는 다주택자를 징벌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 논한다면 일부 동의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주식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거래세 폐지, 양도세 부과 논의는 이번 정부에서 시작된 게 아니고 여당 혼자 추진하는 일도 아니지만 특정 의원을 들먹이며 날을 세운다.
 
이중과세 문제는 숙고할 거리지만, 양도세를 부과하면 증시가 망할 것처럼 말하는 것도 황당하다. 주식은 기업의 주권을 거래하는 것이라 기업 실적 변화가 주가 등락의 핵심인데, 순이익을 줄이는 법인세 증세도 아니고, 양도세 부과가 기업 실적을 어떻게 위축시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미국 주가가 오른 것도 세금 때문이 아니다. 동학개미가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도 애국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돈은 수익이 될 만한 곳으로 움직인다. 자산가격이 오른다는 믿음만 있으면 이익에 붙는 세금은 부차적인 것이다. 양도세를 50%씩이나 매겨도 아파트에 올인하는 것처럼.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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