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사·세탁 없어도 OK” 청년주택으로 변신한 호텔

관광호텔 리모델링 청년 1인가구 122호 입주, 월 최저 27만원 45% 저렴

입력 : 2020-12-01 오후 4:19:45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방 안에 취사·빨래 없어도 괜찮아요. 저나 다른 청년들이나 주로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 방에서 요리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혼자 사니깐 빨래도 많지 않아서 일주일 한 번이면 충분해요. 방이 그리 넓진 않아도 웬만한 원룸보다 낫더라고요. 제 보금자리가 생기니 좋아요.”
 
1일 점심시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안암생활’ 지하 2층 공유주방에서 만난 이재원(20·여) 씨는 양 손으로 든 쟁반에 스팸 하나, 냉동밥 하나, 밑반찬을 챙겼다. 이윽고 프라이팬에 스팩을 구운 이씨는 해동한 냉동밥에 집에서 보내 준 밑반찬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입주한 이 씨는 이전까지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 규율이 엄격한데다 2인1실로 지내다보니 제약이 많았다. 막상 기숙사 비용도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선택한 안암생활은 지금까지 ‘대만족’이다. 전용면적 13.46㎡에 불과하지만 침대·책상·옷장·에어컨·냉장고 등 있을 건 다 있다.  
 
전용면적은 작아도 취사와 세탁공간이 빠진데다 발코니 확장면적 3.57㎡이 더해져 실거주면적 17.03㎡로 공간 활용에 보다 여유가 생겼다. 보증금 100만원, 월 임대료 30만원으로 주변에 이만한 방을 찾기 힘들다. 게다가 최장 6년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으니 이 씨가 대학 다니며 취업 준비까지 해도 널럴하다. 1.5km 내에 대학교만 3곳으로 입지가 뛰어나고 각종 편의시설 접근성도 우수하다.
 
1일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 공유주방에서 입주자 이재원 씨가 식사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LH가 1일 공개한 안암생활은 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이다. 소셜하우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LH에 제안해 민간매입약정방식으로 지난 7월 착공 4개월여만에 완공됐다. 장기간 공실상태로 남아있던 도심 속 관광호텔 리첸카운티를 용도변경한 후 대수선해 청년 맞춤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존에 호탤 객실로 쓰이던 공간이다보니 리모델링하더라도 객실 크기를 무작정 키우긴 어렵다. 청년 1인가구로 대상을 한정하고 취사·세탕 공간이 주거공간에서 빠지고 지하 공유공간으로 이동했지만, 막상 입주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아직 낯선 사업모델이지만 입주자 모집에서 2.3대 1로 적지 않은 경쟁률을 보였다. 
 
안암생활에는 청년 1인가구 122호가 입주하고 있다. 복층형 56호, 단층형 66호로 장애인 2호도 포함됐다. 복층형에는 창업·창작공간이나 공동체 생활 의사가 높은 청년들을 활동계획서를 심사해 선발했다. 주거공간에는 바닥난방·개별욕실·침대·에어컨·수납장 등이 풀옵션으로 제공한다. 전용면적 13~17㎡, 보증금 100만원, 월 임대료 27만~35만원이다.
 
안암생활 운영을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맡은 만큼 단순히 잠만 자는 주거공간을 넘어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활동을 지원한다. 옥상엔 바베큐가 가능한 루프탑 라운지, 지하엔 창업·창작활동이 가능한 코워킹 스페이스, 1층엔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커뮤니티공간, 판매공간을 갖췄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직접 가보시라”며 안암생활을 자랑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입주일 이전에 비공개로 안암생활을 둘러본 후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영 LH 서울지역본부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은 “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어 청년 1인가구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신 청년들이 가방만 들고 와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신경썼다”며 “안암생활에 대한 반응과 시장 수요를 취합해 추가로 호텔 리모델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세영 LH 서울지역본부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이 1일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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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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