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긴 '배터리 전쟁'…LG-SK 불확실성↑

ITC, 최종 판결 3번째 미뤄
연기 이유 둘러싼 '갑론을박'
소송 장기화로 양측 부담↑

입력 : 2020-12-10 오후 12:12:4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을 미루면서 두 회사의 전쟁이 새해까지 이어지게 됐다. 소송전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두 회사의 합의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9일(현지시간) ITC는 위원회 투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을 내년 2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최종 판결은 당초 지난 10월 5일에 발표하기로 했는데 10월 26일, 12월 10일로 2차례 밀렸다. 이번에도 ITC가 발표를 두달이나 연기하면서 세번째 미뤄지게 됐다. 이번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이다.
 
현재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 승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2월 ITC는 최종 판결 전에 내리는 예비 판결을 통해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 ITC가 예비 판결을 뒤집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LG에너지솔루션이 승기를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로나19로 인해 ITC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발표가 밀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ITC는 올해 3월 이후 14건의 소송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2번 이상 연장한 것은 8건이며 3번 이상 미룬 소송도 4건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기 이력이 있는 소송 14건 중 현재까지 9건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며 "모두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고 말했다.
 
ITC가 9일(현지시간)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미루면서 내년까지 소송전이 이어지게 됐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ITC가 소송을 연기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회사의 소송이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고심해 3차례나 미룬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는 자사 배터리 셀과 부품을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게 돼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즉 이번 소송이 미국 내 일자리 문제와 연관돼 있는 셈이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소송이 연기된 배경에 대해 "미국 코로나 재확산과 미국 선거인단 투표 및 바이든 취임 시기 등으로 연기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소송이 배터리업체나 OEM업체들에게 상당히 중요함을 방증하는 것이며 향후 양사 합의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올해 소송 리스크를 털지 못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세계 배터리 시장을 이끌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소송을 안고 가는 것은 두 회사 모두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두 회사는 합의금 규모를 두고 이견이 커 협상에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ITC 연기 발표 후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이 햇수로 3년에 걸쳐 장기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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