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공여 내부고발자 전보는 불이익 조치”

무혐의여도 근거 있는 의혹 제기…권익위, 공익신고 적절히 보호

입력 : 2021-01-01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회사 대표의 비위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의혹을 공익신고한 내근직의 현장직 전보는 불이익 조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23일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의 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고가 공익신고로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한다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건축사사무소 이사인 B씨 등 4명은 대표이사 A씨가 공무원 등에게 상품권 교부와 골프 접대 등 뇌물 공여를 했다며 2018년 1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B씨 등은 같은해 4월 현장 전보되거나 업무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들은 십수년 이상 내근 업무를 해왔다. 같은해 8월 역량평가에서는 모두 C등급, 12월 업적평가에서는 D등급을 받았다.
 
이에 B씨 등은 A씨가 인사 불이익 조치를 했다며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권익위는 평가 등급 상향과 전보 취소, 업무 부여를 결정했다.
 
A씨는 권익위 보호조치가 회사가 아닌 개인(본인)을 상대로 진행된 점을 문제삼았다. 현장 전보 시점은 대표이사직 사임 이후였고, 자신은 인사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탈취를 위한 거짓 신고여서 보호조치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4년 9월 사장에 취임한 그가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최종 인사권을 가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 등이 이전부터 A씨와 갈등관계였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거나 경영권 탈취가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 등의 뇌물공여 신고도 합리적인 의혹이라고 결론냈다. 담당 검사는 수사 결과 A씨의 뇌물공여 혐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가 2016~2017년 46회에 걸쳐 기술자문위원들에게 골프접대와 상품권 지급 등 1억7015만6000원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결재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업무추진비 결정권자는 A씨였다.
 
이에 대해 A씨는 영업팀이 본인 관여 없이 정당한 영업비를 지출했지만, 쉬운 결재를 위해 관행상 기술자문위원 지급 명목으로 지출 품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이 맞다고 인정되거나 B씨 등이 이런 내용을 미리 알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A씨는 뇌물공여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공모관계를 의심 받은 다른 관계자들은 업무상 배임죄로 구속 기소돼 2018년 5월 유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볼 때 B씨 등이 공익적 목적 없이 경영권을 뺏을 목적으로만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B씨 등이 A씨 비위행위 의혹을 제기하지 않은 직원들에 비해 성과 평가에서 차별받은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항목별로 A~B 평가가 많던 이들의 최종 등급이 C~D로 확정돼 객관적이지 않고, 전보조치와 업무 미부여가 의사에 반해 불이익 조치라고 결론 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범종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