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창간기획①)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 전부 올랐다

<커지는 버블 경고등> 자산시장 과열양상
주식 첫 3000시대 개막…'빚투·주린이'
부동산 3%↑ …재건축 기대감에 '들썩'
"자산가격 상승, 자산 불평등 확대"

입력 : 2021-05-11 오전 6:00:00
세계 각국이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Pandemic Recession)’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 시장의 과열양상이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과 최대의 유동성이 만들어낸 버블현상을 목전에 두고 <뉴스토마토>는 15주년 창간기획으로 ‘거품 리스크’를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 '커지는 버블 경고등' 글 싣는 순서
 
①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 전부 올랐다
②유동성의 힘…파티는 계속될 수 없다
③버블 위기 가능성…일본 불황의 '교훈'
④버블 붕괴는 시간문제…전문가들 "자산 급락 대비해야"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전세계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상황 속에도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오를 수 있는 투자자산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거품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업과 고용률 등 각종 고용 지표가 추락하고, 코로나발 충격파로 이자를 못내는 한계기업이 '5분의 1'에 달할 수 있다는 실물경제 경고에도 자산시장은 '안 오른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의 힘’이 경기 회복 시그널에 편승해 자산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뉴스토마토>가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암호화폐거래소, 한국부동산원 등을 통해 자산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주식시장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 이상 올랐다.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연초보다 114% 급등했다.
 
이 중 새해 들어 가장 먼저 불붙은 자산은 주식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7일까지를 기준으로 11% 넘게 올랐다.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하던 지수가 지난해부터 활황을 보였다는 점에서 지난 1년간 급등세가 45%에 달한다.
 
10일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결과 올해 들어서면 주식시장은 두자릿수 상승률을, 암호화폐는 수배가,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 넘게 올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코스피는 올해 사상 첫 3000시대를 여는 등 10일 기준으로 역사상 최고점인 3249.30을 달성했다. 코스피 3000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을 만큼, 활황의 상징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 3000시대 달성은 '버블' 가능성으로도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의 자산가치 상승은 버블로 해석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고용지표 악화, 자영업자의 위기 속에서 자산가치만 오르는 것은 이상현상이지 정상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식 시장은 갑자기 뛰어든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각종 신조어가 즐비하게 생겨났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겠다는 '빚투', 그간 무관심하다 갑자기 주식 투자에 나선 주식 초보자를 일컬어 '주린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의미하는 '동학개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열된 주식시장을 반영한다.
 
주식시장과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급등세다. 1차 붐(2017~2018년) 이후 대폭락을 경험한 암호화폐가 올 들어 다시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시총 규모가 가장 큰 비트코인은 연초보다 114% 올랐다. 이더리움(488%), 리플(682%), 에이다(890%), 체인링크(376%) 등도 4배 이상 올랐다.
 
정부는 수차례에 거쳐 '내재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보호받을 수 없는 자산' 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하지만 암호화폐 상승세가 정부의 경고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미 수년째 급등세를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4월까지 아파트 평균가격은 3.5%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은 3.7%, 지방권은 3.0% 상승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기대감을 타고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서초 아파트값은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지난 3일까지 0.19% 상승했다. 강남·송파·강동구도 0.09%씩 올랐다. 
 
집값 상승을 우려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6일 "강남4구 등 부동산가격 불안 조짐 지속으로 서울시와 협력하겠다"며 "4월 넷째 주의 경우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신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관련 효력이 발생하기 전 막바지 매수세 등으로 가격 불안이 지속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배경을 전한 바 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주식, 부동산 등 금융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가격 간 괴리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발 타격으로 이자를 내기 힘든 한계기업은 '5분의 1'에 달하는 등 실물경제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한은이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 여파로 영업이익을 가지고 대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벼랑끝 '한계기업'이 지난해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21.4%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19년(14.8%)과 2018년(14.2%)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3월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59.8%를 기록했으나 코로나 이전 고용률(2019년 3월 60.4%)에 못 미치고 있다.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대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30·40대 취업자 수는 17만명, 8만5000명으로 각각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자산가격 상승이 자산 불평등 확대와 금융불균형 누증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에 유의하면서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결과 올해 들어서면 주식시장은 두자릿수 상승률을, 암호화폐는 수배가,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 넘게 올랐다. 사진은 이날 코스피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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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