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편의점의 재발견

입력 : 2021-06-09 오전 6:00:00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원격수업에 따른 학생 결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희망급식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매일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초·중·고교 학생에게 1인당 10만원을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로 지급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편의점에 이 바우처를 들고 가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허용된 품목이 제한돼 있었다. 해당 품목이 금방 동이 나는 바람에 학생들이 사지 못 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일 바우처로 살 수 있는 품목을 햇반, 삼각김밥, 생수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교육청의 발상은 훌륭했다. 다만 처음부터 좀 더 폭넓게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고집 피우지 않고 신속하게 문제점을 시정한 것 역시 좋은 자세라고 하겠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런 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편의점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사실 학생들에게 음식점이나 대형마트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에 비해 편의점은 훨씬 많은 곳에 들어서 있고, 학생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편의점은 과거 동네에서 흔히 보던 구멍가게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상공인이 큰 자본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렇지만 품목 구성이 상당히 달라졌다. 요즘은 대기업의 가맹점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도 다르다. 과거 구멍가게는 거의 개인 또는 가족 단위의 사업이어서 그 누군가를 고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아르바이트 형태로나마 직원을 고용하기에 고용안정 효과도 제법 낸다.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택배를 받아주거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필수시설이 된 셈이다. 말하자면 시민의 벗이나 다름없다.      
 
그 역할은 진일보하고 있다. 나름대로 사회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달 10일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사단법인 한부모가족회와 손잡고 상생 편의점을 인천 부평구에 열었다. 한부모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작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한부모가족은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 가운데 하나이다. 운명의 배신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린 사람들이다. 이들 가족이 낙오되지 않고 건실한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것을 정부의 행정력만으로 다할 수도 없다. 형편이 좋은 조직이나 구성원이 거들 필요가 있었다. 그 역할을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맡고 나선 것이다. 
 
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BGF리테일과 치매환자 실종을 예방하고 조기에 찾아내는데 협력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전국의 CU 편의점은 실종 치매(의심) 환자가 발견될 경우 신고하고 임시보호까지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BGF리테일은 치매환자 식별 기준과 신고 방법 등을 안내하는 영상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CU 편의점에 배포한다. 복지부와 함께 실종 치매노인 찾기 홍보와 인식 개선 캠페인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치매안심센터가 많이 설치됐지만 촘촘한 보호망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제 1만5000여개에 이르는 전국의 CU편의점이 동참한다니 상서로운 일이다. 
 
이처럼 편의점이 우리 사회의 빈틈을 메우는 데 동참함으로써 존재가치는 더 높아지게 된다. 시민들도 더 친근하게 느낄 것이다. 나아가서 한국 사회가 보다 포용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역할은 앞으로도 더 확대되는 것이 좋겠다. 이를 위해서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주나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배려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편의점을 경영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안정되도록 가능한 한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서적 유대관계도 강화돼야 한다. 편의점 점포경영자들이 번영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유익할 듯하다. 그 과실은 결국 편의점 본사에도 돌아갈 것이다. 그야말로 공동상생의 길 아닌가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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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