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70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하청)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하청 위주의 노동 구조가 뿌리 깊게 박힌 한국 철강업계는 물론 대기업 제조업을 통틀어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에 나서면서 협력업체 비율이 높은 다른 기업들도 같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이처럼 의미 있는 '통 큰 결단'에도 어쩐지 잡음은 끊이질 않고 있다. 회사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등 떠밀려 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결정이기에 노동자의 권리보단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직접 고용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에 나서게 된 발단은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법파견 정황이 확인됐다며 내린 시정 지시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대제철은 고용부의 시정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지난 2일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은 각각 73억3000만원, 46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즉 과태료를 물게 되자 서둘러 정규직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도 패소가 유력해 어차피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위아 또한 비슷한 사례로 회사가 최종 패소하며 직접 고용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소송의 경우 법원은 1·2심에선 이미 노동자 승소 판결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여러 차별 대우도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제철은 이 결정 후 자회사 '현대ITC'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 접수를 받았다. 자회사 직원의 임금은 현대제철 소속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방침이 바뀔 수도 있으나, 일단 이대로라면 임금에선 본사 소속 직원과 여전히 차이가 있긴 하다. 임금 외 다른 노동 조건과 처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노동계에선 본사 직원들보단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처우 개선은 둘째치고 자회사 소속인 이상 계속해서 고용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 실제 비슷한 사례였던 한국도로공사 요급수납원들 또한 자회사를 통하지 않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년여를 투쟁한 바 있다. 이들이 느끼기에 자회사는 '덩치만 커진 하청'에 불과했을 뿐 고용 불안이나 불합리한 상황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내리며 현대제철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 수행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한 경제 활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이번 결정의 취지가 진실이 되려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비록 원해서 한 선택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이런 다짐을 되새기며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어려운 결정을 헛일로 만들진 않길 바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