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몰리는데 백신 수급 우려 '또'…'비공개 협약'에 난감한 정부

12일 사전예약 첫날, 선착순 예약으로 변질돼
정부 "조기마감 가능성 사전 안내 못해 죄송"
도입 일정 투명하게 공개 vs 비밀협약으로 어려워
전문가 "월별 공개 등 국민 신뢰 회복해야"

입력 : 2021-07-13 오후 4:54:37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55~59세 모더나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반나절 만에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또 다시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감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규 확진이 일주일째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믿을 건 백신뿐’이라는 풍조로 백신 예약 등 수요가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백신 회사와 체결한 비밀유지 협약 탓에 백신 도입 일정과 물량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엿보인다. 하지만 사전예약제도가 ‘선착순’으로 변질되는 양상인 만큼, 국민의 백신 수급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부의 묘수가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접종예약 조기 마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해 사전에 안내하지 못해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12일 0시부터 진행한 만 55~59세 연령층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사전예약이 12일 오후 3시30분께 일시 중단된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55~59세 모더나 백신 접종 대상자 352만4000여명이다. 이 중 185만여명이 사전예약 첫날 백신 접종을 예약하자, 정부는 사전예약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이상원 추진단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번 55~59세 185만명의 예약 조기마감은 백신 도입과 배송일정을 고려한 안정적인 접종이 가능한 물량 내에서 예약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55~59세가 접종하는 모더나 백신 국내 잔여량은 80만7000회분이다. 정부는 7월 26일에서 8월 7일까지 안정적으로 의료기관에 배송되는 모더나 백신 공급량을 185만명분으로 판단, 12일 사전예약을 마감했다.
 
박혜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이번 진행된 185만명의 예약은 백신의 도입과 백신이 의료기관까지 배송되는 일정, 오는 26일 시작되는 접종일부터 안정적인 접종이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고려해 예약을 진행한 것"이라며 "모더나 백신의 경우 매 주차별로 어느 정도의 백신이 도입될 것인지를 알려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예정된 일정에 맞춰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백신 사전 예약과 관련해 "수급 상황에 따라 예방 접종 규모나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백신도입 일정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로 백신 회사와 체결한 비밀유지 협약을 꼽고 있다.
 
이는 사전예약 가능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확히 언급을 할 수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민 혼선이 초래되지 않도록 월별로 공개하는 방안 등 정부의 묘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접종예약 조기 마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해 사전에 안내하지 못해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백신 접종 받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예약을 받을 때는 물건이 있는 상태에서 예약을 받는 게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며 정부가 국민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천은미 교수는 "국민들은 예약을 시작한 정부가 백신을 다 확보해 뒀을테니 천천히 예약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백신이 주 단위로 들어와 확보된 물량이 절반밖에 없어 중단을 시킨 상황을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국내 도입 백신량과 일정에 대해 "정부가 적어도 월 단위로는 공개하고 백신 접종을 안내해야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국민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혜경 접종시행반장은 "8월에는 충분한 양의 백신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에 예약을 하지 못하신 55~59세 분들을 포함해서 접종을 희망하는 50대 연령층에 모두 예약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 교수는 "55~59세 예약을 받는 홈페이지도 서버가 다운됐는데, 50~54세와 예약을 다시 함께 받는다면 당연히 서버가 또 다운될 것"이라며 "예약서버를 분리하는 등 다시 혼선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정부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시스템 동시 접속 쏠림·지연을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19일 재개되는 사전예약은 시스템 접속 등에 어려움이 없게 조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사전예약을 하지 못한 55~59세 167만4000여명에 대한 사전예약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같은 날 시작되는 50~54세 백신 사전예약도 그대로 진행한다.
 
 
12일 0시부터 진행한 만 55~59세 연령층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사전예약이 일시 중단됐다. 사진은 마비된 백신 사전예약 홈페이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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