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한 달 만에 공식 사과(종합)

오세정 총장 "이번주 유족·근로자와 간담회 개최"
노조·학생 "늦게나마 다행…진정성 있는 후속대책 필요"

입력 : 2021-08-02 오후 3:15:2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했다. 고인이 숨진 지 38일만, 고용노동부가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한 날로부터는 사흘 만이다.
 
2일 오 총장은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정했다"면서 "고인과 유족, 그리고 피해 근로자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내로 유족과 피해 근로자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개최해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며 "고용노동부의 행정 지도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근로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개선 방안 마련 과정에서 노조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자와 연대한 학생들과 노조는 오 총장의 사과에 의의가 있다고 보면서도 진상규명, 충실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경계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유족과 고인, 노동자에 대한 사과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피해자 코스프레'했다고 비난한 노조와 정치권, 학생, 국민, 언론에 대한 사과가 없어서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사전 협의없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유족·기숙사 조합원간 간담회 일정 잡은 것은 유감"이라며 "가해자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표현도 여전히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노조 의견을 단순히 듣고 협의하는 것을 넘어 공동조사단을 꾸려야 한다"면서 "노동부와 정치권의 요구에 어쩔 수 없는 반응이 아니라 한때 '국민의 당' 출신 국회의원 역임한 총장답게 진정성을 갖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태도를 갖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대학교 학생 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역시 "늦었지만 총장이 직접 사과하게 된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말뿐인 사과나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으려면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인간다운 노동 강도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악학생생활관 당국에서 사생 대상으로 인력충원 없는 주말근무 폐지만을 대안으로 삼아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학생 불편을 초래하고 노동 강도는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하면서 휴일근무수당만을 삭감시킬 수 있는 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6월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50대 청소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극단적 선택 및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A씨 사망 이후 유족과 노동조합 측에서는 A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측의 지나친 업무 지시 및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족과 노동조합은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을 위해 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과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인권센터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며 이들 요구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있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업무상 지휘·명령권이 있는 행위자가 청소노동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실시와 시험성적 근무평정 반영 의사표시,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 등이다.
 
고용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서울대 측에 통보하고, 즉시 개선과 재발 방지를 지도했다. 비서공 등이 진행한 사건 진상규명과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에는 이날 현재까지 7516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사용하던 기숙사 휴게실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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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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