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의혹에 Q&A로 반박…의문점 '여전'

"민간사업자 위험부담 따른 수익 배분" 해명서 못 나아가
권순일 영입 "알 수 없어", '개발 핵심' 유동규 언급 없어

입력 : 2021-09-23 오후 5:51:2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Q&A(문답) 형식의 글로 반박에 나섰지만, 의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익배분 구조와 민간업체 선정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공조해 23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 추석 연휴 기간 이어진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이 후보는 전날 밤 늦게 '대장동 개발사업 Q&A'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통해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섰다. 해당 자료는 58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방식으로, 분량만 56쪽에 달했다.
 
이 후보는 기존 민간개발 방식으로 추진했다면 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이 민간업체에 돌아갈 수 있었으나 자신의 결단으로 5500억원을 성남시가 환수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있었고, 이 후보가 오히려 이를 바로잡았다고 했다. 특혜를 준 것이 아닌 특혜를 환수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자료에서 "민간개발을 공영개발로 바꿔서 민간의 특혜를 환수해서 성남시민에게 돌려준 것이 대장동 사업의 핵심"이라며 "방화범을 잡아서 불끈 소방관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이 과정에서 민간업체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개발이익 국민환수제 도입을 예고했다. 공공개발 이익을 100% 환수 못 했다고 비난하니 앞으로 공공개발 원칙에 따라 개발이익을 전부 공공으로 환수한다 해도 반대를 못 할 것이란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2일 서울 동작 소방서를 찾아 사회 필수인력인 소방관들을 격려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 사업 계약구조 해명 빈약
 
하지만 이러한 해명도 화천대유와 관련된 의혹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3억5000만원 수준의 투자로 4040억원이라는 거액의 배당을 받아간 것에 대해 "민간사업자는 사업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우선주에 대한 배당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해명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계약구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초창기인 2013년 10월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A2-8블록 공동주택개발 사업의 사례와도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문을 더하고 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이 밝힌 위례 도시개발 이익금 및 투자회사들 이익금 내용 실태 자료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분 5%를 투자해 50%의 배당 지분율을 갖게 돼 있다. 공사가 50%를 투자하고도 민간업체보다 더 수익이 적었던 대장동 사업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화천대유와 특정금전신탁 투자자 6명이 7%에 불과한 지분으로 404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는데, 이는 지분 50%를 소유한 성남의뜰 대주주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당금 1830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왜 이것만 유독 남는 수익을 민간이 다 가져가게 했느냐"며 "전문가들 이야기만 들어봐도 남는 수익이 있을 경우에는 또 몇 대 몇 지분대로 나누는 게 상식적이지, 얼마 투자하지도 않은 업자들한테 나머지 수익을 다 가져가게끔 하는 이런 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야권에서는 계약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계약서가 만들어질 때 혹시라도 특혜는 없었는지, 당시 계약서의 예상수익 배분 기준은 어땠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 측과 성남개발공사 측은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 영입 과정 여전히 의문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고액의 자문료를 주고 고문으로 영입한 과정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특히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으면서 월 1500만원의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 전 대법권이 어떤 경위로 화천대유에 법률 고문으로 있었는지 여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권 전 대법관이 고문을 맡기 넉 달 전인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관 7대5 의견으로 무죄 판결했다. 권 전 대법관은 무죄 의견을 낸 7명 대법관 중 1명이었다.
 
캠프 자료에서는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의 화천대유 고문직 영입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사기업의 고문변호사 활동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며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2018년 3월2일 성남시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성남시 대장동 사업은 더 이상 소관업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두 법조인 영입에 대한 과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입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이번 의혹 해명을 위해 두 법조인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할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자문을 했고, 어느 정도 수준의 자문료를 받았는지 등은 공개해야 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런 사실에 대한 대한 언급 없이 재직 당시 일이 아니라고 넘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야당 내에서는 권 전 대법관 영입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을 주도한 공로로 보은 차원에서 영입된 것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개발사업 핵심 역할' 유동규 전 본부장 언급 없어
 
이 후보 측의 설명자료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역할을 맡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국민의힘에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 2018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내는 등 '이재명 성남시장' 때부터 함께한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의 뜰' 주주 구성과 배당방식의 설계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사업 설계 당시 민간이 과도한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실무진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현 구조대로 사업을 강행하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사업에 관한 의혹이 불거지자 해명에 나서기보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있음에도 이 후보 측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장동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방을 감춘 데 대한 답도 없다. 유 전 본부장이 의혹에 대해 반박이나 해명 없이 오히려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장동 실체에 대한 소문만 무성해진 점도 이 후보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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