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①"수소선박 진정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인터뷰)천강우 한국선급 친환경기술팀장 "수소 선박 10년 뒤 개발"
"친환경 선박 인프라·법·제도 부족…상용화 걸림돌"
"정부, 2020년 친환경 선박법 도입…보급에 총력"

입력 : 2021-10-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수소 선박은 약 10년 뒤에는 개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프라 없이는 바다에서만 이산화탄소를 안 뿜을뿐 생산과 운송 과정에선 배출 가스가 나옵니다. 수소 선박이 진정한 친환경이 되려면 그린수소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관건입니다."
 
천강우 한국선급 친환경기술팀 팀장은 1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수소 선박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 인프라를 비롯한 법·제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선박 또한 탄소 중립을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해운사들은 지금처럼 배출 가스를 내뿜었다가는 막대한 돈을 환경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조선사들 또한 수소와 암모니아로 추진하는 선박 연구가 한창이다. 다만 수소·암모니아 선박은 그 자체로는 배출 가스를 내뿜지 않지만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수소나 암모니아 선박이 개발돼도 아직 완전한 친환경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아직 관련 법이나 제도 또한 전무하다는 점도 친환경 선박 상용화를 막는 걸림돌이다.
 
천강우 한국선급 친환경기술팀 팀장. 사진/김지영 기자
 
선박 분야에서 친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최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교토의정서 이후 국제해사기구(IMO)는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인 선박 탄소배출 규제를 시작했다. 원래는 5년 단위로 단계별로 10%씩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지구온난화나 기상 이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점진적인 도입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친환경 선박 연료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다.
 
친환경 연료 수소를 선박 연료로 쓰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인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규제 목표치는 바로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걸림돌도 많다. 일단 기술의 문제를 살펴보면 현재 선박에 수소를 쓰려면 수소를 기반으로 한 동력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즉 선박의 프로펠러를 돌려 앞으로 가게 하는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대형 선박들은 40~50MW(메가와트)급 출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감당할 만한 수소 동력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동력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해도 아직까진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 현재 사용하는 엔진은 kW(킬로와트)당 가격이 30~35파운드 정도인데, 수소연료전지는 100파운드 이상이다. 3배 이상 비싼 것이다.
 
수소가 민감한 연료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선박은 자동차나 다른 운송 수단과 달리 연료를 싣고 굉장히 긴 시간을 항해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실어야 한다. 그런데 수소는 부피가 커서 가스 상태로 실어서는 답이 없다. 그래서 액체로 만들어 싣는 게 유리한데, 이렇게 되면 영하 253도까지 내려가는 액체 수소 탱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진 선박용 액체 수소 탱크 또한 없다.
 
수소 선박 개발까지 어려움이 많다. 상용화 시기는.
 
현재는 수소 연료탱크를 포함한 연료 공급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액체 수소를 저장하는 연료 탱크용 소재와 설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앞으로 수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수소 선박이 이전에는 없던 개념이다 보니 여러 인프라와 법 제도도 아직 없다. 항만에서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공간도 만들어야 하고 수소 연료 공급자에 대한 인허가 규정, 수소 스테이션 안전을 위한 관련 법 같은 것들도 마련해야 한다.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린다고 보면 된다.
 
수소 연료가 선박용으로 쓰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수소 대체 선박 연료는 또 무엇이 있나.
 
수소와 함께 최근 많이 언급되는 친환경 선박 에너지는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영하 30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소보다는 저장과 보관이 용이한 편이다.
 
지금의 엔진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암모니아 또한 별도로 엔진 개발은 해야 하지만 열전지나 수소터빈을 사용해야 하는 수소만큼의 변화는 아니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다.
 
암모니아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건가.
 
암모니아 선박 자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없겠지만 생산과 운송, 활용까지 전 주기로 보면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암모니아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고압과 고온이 필요한데, 고압과 고온을 만들려면 결국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생기지 않나.
 
그래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암모니아, 블루암모니아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친환경 암모니아를 만들려면 결국 에너지원으로 쓰일 친환경 수소가 기반이 돼야 한다. 수소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완전한 친환경 암모니아 선박도 없는 셈이다.
 
암모니아 선박용 엔진은 수소보다는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상용화는.
 
2018년부터 한국선급에서 암모니아 연료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글로벌 엔진 개발사들이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엔진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주도로 암모니아 엔진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선박 개발 현황은 어떤가. 정부는 잘 대비하고 있나.
 
부산시와 울산시에서 수소 연료전지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100~300kW급 수소 연료전지 선박의 경우 2~3년 내로 개발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도 나름대로 빠르게 친환경 선박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준비한 친환경 선박법이 2020년부터 발효됐는데, 이 법은 규제법이 아닌 친환경 선박 보급을 위한 법이다.
 
이 전략에 따라서 연구·개발(R&D)도 하고 보급 촉진을 위한 보조금도 지급하고 친환경 선박 인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관공선 같은 경우에는 모두 친환경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화도 했다. 우리나라도 유럽 못지않게 친환경 선박에 관심이 있다. 여러 일을 추진 중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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