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높은 물가상승률 당분간 지속될 것"

이주열 총재 11일 7명 거시경제 전문가들과 간담회 개최
공급병목, 국제유가 상승 등 요인으로 물가 상승 압력 높아져
전문가들 "향후 안정적 공급망 확보 위한 노력 필요"

입력 : 2021-11-11 오후 2:43:28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주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7명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을 만나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과 주요 경제 이슈, 중장기 여건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자리에는 박석길 JP모건 본부장,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 이건혁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장,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총재가 경제·산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공식 경제동향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지난 2019년 2월 19일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등 주요 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주열 총재는 "선진국의 빠른 백신 보급과 전례 없는 정책 지원으로 재화를 중심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되는 데 반해, 일부의 생산·물류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확산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초래됐다"며 "이러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공급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에서도 언급됐듯, 이 총재는 이번 회복기 특징으로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을 꼽았다. 과거와 달리 수요 측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요인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3분기 성장이 글로벌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카드 지출액과 같은 고빈도 지표를 보면,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의 소비 개선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세계 경제도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긴 했으나 기조적으로는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어지면서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 통화 정책을 전개해나가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예컨대 최근 공급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고,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활동뿐 아니라 소비 패턴, 노동 시장 등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내년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균형으로 이행해 가는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참석자들도 "글로벌 공급망이 감염병 확산뿐 아니라 탄소중립 추진, 주요국 간 갈등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어 공급병목 현상이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높고 GVC에 깊숙이 연계돼 있어 공급망 차질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며 "향후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공동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주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7명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을 만나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과 주요 경제 이슈, 중장기 여건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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