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케미칼, 타사 지원 직원에 "불이익" 위협…개인정보 불법 활용

회사측, 지원동기와 불만사항 조사…여천NCC 채용 과정서 지원자 정보 유출
전문가들 "민형사상 책임 여지 있어…직장내 괴롭힘 우려도"
여천NCC "정보 유출 없어", 롯데케미칼 "사실관계 확인 중" 해명

입력 : 2021-11-29 오후 4:54:5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동종업계 타회사에 지원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입수해 지원동기와 불만사항 등을 파악하고 나아가 차후 회사 차원의 불이익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 전망이다. 채용과정상 발생하는 정보를 입수해 이를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근로기준법·채용절차공정화에관한법 위반의 불법행위로 볼 수 있어서다.   
 
29일 업계와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석유화학업계 회사 여천NCC가 지난달 9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전문기능직 인턴 사원(정규직 전환형) 모집 전형에 응시한 롯데케미칼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여천NCC 전문기능직 인턴 사원은 채용 후 6개월 양성교육과 현장실습교육을 수료한 후 평가를 거쳐 최종입사를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여천NCC 전형에 지원한 롯데케미칼 직원 정보가 롯데케미칼로 흘러 들어갔고, 회사가 이를 활용해 직원들을 사실상 압박했다는 점이다. 복수의 직원들은 롯데케미칼 관계자로부터 회사 차원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단순히 동종 업계 회사에 지원한 것이 이유로 추측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천NCC에 지원한 롯데케미칼 직원은 두 자릿 수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서류 합격자 발표가 있던 지난 2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이뤄진 압박 행위의 시점으로 보아 롯데케미칼 직원의 타사 지원 정보를 롯데케미칼 간부가 발표 시점 전후를 기해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헌법이 정한 법률상 정보 주체의 동의없는 개인정보 유출은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15조에 의거해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채용 외 다른 목적으로 활용됐다면 불법이다. 17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여천NCC 채용 공고문. 자료/여천NCC 홈페이지
 
 
 
나아가 타사 지원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질 우려도 상당하다는 게 노동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활용되고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에서 민형사적 책임을 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서채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형사적으로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제3자 제공을 못하도록하는 조항이 있고 처리할 수 있는 취득자가 개인정보를 누출하는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데 양 조항을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민사적으로는 노동관계법상 판례중 부당하게 구직을 막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채용에 관여를 하거나 압박을 넣은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민사상 책임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도 "동종업계에서 오면 무조건 채용하지 않고 직원들이 이직 못하도록 막고 인사 문제에 있어서 담합을 하고 있는 부분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내 따돌림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타사 지원자의 추후 업무 성과 평가를 낮게 준다든지, 승진에서 누락한다는지 등 부당한 인사 처분을 내리는 것(이 일차적으로 우려되는 지점)"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언급하며 업무 과정에서 눈치를 준다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석화업계에서는 산단 내 생산직 이동이 원활한 분위기에서 개인정보까지 유출해 이직을 막는 처사는 과도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동종 업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사용자 이익 침해 등 요소도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해당 사안에 우려를 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근로기준법,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 등 다양한 법률 위반 소지가 보이는 만큼 만약 실제로 정보가 유출이 되고 채용 방해에 따른 피해 등이 있었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천NCC측은 지원자 개인정보유출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여천 NCC 관계자는 "신입 채용은 위탁 업체에 외주화하고 있어 면접 단계 전 중간 단계에서 지원자 정보를 알 수 없다"며 "채용 프로세스상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뉴스토마토>의 사실 확인 요청에 즉답을 피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불법적 사안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해야 회사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천NCC 직원 평균 연봉은 7400만원, 롯데케미칼은 6500만원으로 약 900만원 차이가 난다. 동종 업계에서 여천NCC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축에 해당한다고 알려져있다. 여천NCC는 지난달 9일~17일 전문기능직 인턴 사원(정규직 전환형)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채용은 두 자릿 수 채용으로 현재 필기전형 합격자 발표가 진행 중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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