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단 한명의 희귀질환 환자라도 도움이 된다면"

김나경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원장 인터뷰
해외서 희귀질환 환자 대상 의약품 공급 역할
필수의약품 재고 모니터링…필요 시 위탁제조

입력 : 2021-12-02 오전 6:00:00
김나경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원장. 사진/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희귀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이 찾는 마지막 장소다. 한 명의 환자만 있더라도 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에 있는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해외 제조사에 연락해 의약품 공급을 요청 중에 있다."
 
김나경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 원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센터 역할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센터는 지난 1999년 9월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같은 해 11월 개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산하기관이다. 센터는 시장성 등의 이유로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해외로부터 수입하지 않아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의약품 중 희귀질환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63품목의 희귀·필수의약품 1만4657건을 공급했으며 올해는 6월 기준 155품목 6796건을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센터는 또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수급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 시 위탁제조도 하고 있다. 이 밖에 희귀질환 관련 정보를 조사해 환자와 전문가들에게 제공하고,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으로 코로나 19 백신을 수입하고 있다.  
 
국가가 환자에게 의약품 직접 공급하는 전 세계 유일 기관
 
희귀질환은 일반적으로 적은 인구에게서 발병하는 질병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희귀질환을 분류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관리법 제2조에 따라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규정한다. 희귀질환 치료에 의약품이 쓰이려면 희귀의약품지정에 관한 규정 제2조에 따라 식약처장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센터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식약처장에게 희귀의약품 지정 추천서 또는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단체에 속한다.
 
행정적인 업무 이면에선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기도 한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김나경 원장은 "센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해당 의약품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제공해주고 있다”라며 "국가가 국내 유통되지 않는 의약품을 환자에게 구매해 제공하는 전 세계 유일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의약품을 받으려면 희귀질환 환자가 먼저 신청해야 한다. 재고 미보유 의약품의 경우 센터는 해외 도매상과 접촉해 필요한 물량을 계약해 환자에게 공급한다. 신청 과정에서 처방전과 진단서 등 필요 서류 접수가 이뤄져야 하며, 약가와 항공운송료 및 관부가세 등의 제반비용은 환자 부담이다.
 
김나경 원장은 "환율 등 구입 시기와 수량에 따라 약가 변동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센터는 이와 같은 갑작스런 약가 변동에 대처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 긴급도입의약품 품목 확대를 통해 3개월치 재고를 비축했다"라고 말했다.
 
국가필수의약품 후보 품목 추천 첫 관문
 
센터 업무 중에는 국가필수의약품 후보 품목 목록 작성도 있다. 국가필수의약품은 환자 치료를 위해 필요하지만 시장의 기능에만 맡기기에는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말한다. 큰 갈래로 나누면 △감염병 관리 의약품 △응급 의료 의약품 △보건의료 필수 의약품 △재난 대응 의약품 등이 있다.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을 받으려면 의약학 관련 단체의 지정 추천이 있어야 한다. 이후 센터는 후보 품목들을 1차 검토한 뒤 국가필수의약품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쳐 식약처에 최종 목록을 추천한다.
 
식약처는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총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 심의를 거쳐 품목을 확정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해 6월 기준 441개였던 국가필수의약품은 현재 506개로 늘어났다.
 
김나경 원장은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나 국내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의 경우 센터가 양질의 의약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환자를 위해 구매해 전달한다”라고 밝혔다.
 
국내 위탁제조 확대로 공급 안정화
 
희귀·필수의약품은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품목들로만 구성되지만 시장논리에 의해 생산이나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한다. 또 코로나19 이슈나 갑작스러운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의약품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센터는 필요 시 부족한 의약품을 해외 수입하는 것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선진 기반시설을 활용해 제조를 위탁하기도 한다.
 
국내 위탁제조가 처음 이뤄진 것은 지난 2016년이었다. 현재는 5개 품목이 국내에서 위탁제조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1개 품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국내에 위탁제조를 하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예컨대 항암제 '닥티노마이신' 제품의 경우 종전 해외 수입 시 공급 가격이 20만원대였으나 국내 위탁제조를 통해 6만원대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김나경 원장은 "필수의약품 중 공급이 중단되는 의약품의 대부분은 센터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지만 일부는 국내에서 위탁제조해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품목을 센터에서 수입 또는 위탁제조해 공급하는 것도 공공관리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와 가족이 찾는 마지막 장소…"봉사정신 없으면 안 된다"
 
센터는 환자와 제약사, 정부부처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의약품을 공급하는 일 외에도 희귀질환 관련 정보 공유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간담회를 개최해 환자와 환자 가족, 전문가, 정부부처 담당자 간 소통 매개체도 자처하고 있다.
 
김나경 원장은 "희귀질환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희귀질환의 국제적인 정보 공유를 위해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독일 오파넷(orfanet)을 최근 방문해 업무 협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김나경 원장은 센터 인력에 비해 업무가 집중된 상황이라면서도 더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센터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약이 필요한데 구하지 못하는 환자, 가족들이 찾는 마지막 장소"라며 "의약품 유통 관련 사각지대 업무를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비영리 재단이면서도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사정신이 없으면 센터 자체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라며 "센터 인력 모두 고되고 지치지만 단 한 명의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보람을 느낀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경력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규격과장, 소화계약품과장, 화장품연구팀장, 약리연구과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과장, 화장품평가팀장 △대구카톨릭대학교병원 약국장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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