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아마추어’ 공수처

입력 : 2021-12-15 오전 6:00:00
출범 당시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검찰의 막강한 힘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기에 지난 1월 출범 당시 공수처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기대감은 실망감에서 위기론으로 이어졌고, 이제 공수처 존폐 여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지금까지 공수처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공수처가 출범한 것 말고 여태 어떤 성과를 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돌이켜보면 공수처가 수사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던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기가 찍혀 있는 공소장 첨부 텔레그램 대화까지 공개돼 여론이 공수처에 다소 유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공수처는 그 기회를 스스로 잃었다.
 
우선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 손준성 검사 신병 확보에 연거푸 실패한 것이 컸다. 지난 10월 손 검사 체포영장이 기각된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공수처는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끝내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그렇게 3번에 걸쳐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게다가 법원에서는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을 영장 제시 없이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9월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것도 없지만 효력 자체를 상실한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도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선까지 기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직권남용’ 혐의 입증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너에 몰린 공수처는 급기야 ‘판사사찰’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앞서 승기를 잡은 손 검사 측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수사는 또다시 공회전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사건’을 수사하면서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검찰 측 항의를 받고 빈손으로 철수했다.
 
검찰 내부망에는 공수처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사건’ 수사 과정이 위법하고, 그 자체가 ‘표적수사’라는 성토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로 인해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이는 검찰 내부까지 뒤흔들고 있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모두가 불필요한 소모전만 벌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법조 출입기자들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사찰’ 논란에도 휩싸였다. 공수처는 김경율 회계사에 대한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공수처가 자인한 아마추어식 수사는 여기저기 갈등만 키우는 양상이다. 어설픈 수사는 갈등을 키우고 여러 곳을 괴롭힐 뿐이다.
 
상대는 검찰이다. 당장 검찰을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공수처는 적어도 대등한 수준의 역량을 보여줘야 했다. 그간 검찰 개혁을 내세웠던 정부는 이제라도 공수처 수사의 질을 담보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필요한 것은 ‘프로 공수처’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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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