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트래블룰 코 앞인데 제살깎기 경쟁하는 거래소들

입력 : 2022-01-14 오전 6:00:20
"호환성이 중요한데, 업비트와 코드간 감정싸움만 날로 격해지는 모습이네요."
 
오는 3월 시행되는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솔루션을 놓고 업비트 진영과 빗썸, 코인원, 코빗이 연합한 코드 간 날선 신경전이 이어져 중소거래소들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트래블룰은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송수신자의 신원 정보나 거래 내역을 정부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으로, 국내에서는 업비트의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코인원·코빗의 코드 두 진영이 나서 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실명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트래블룰 시스템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양상에서 중소거래소들은 고민에 빠져있다. 어느 진영에 파트너사로 합류하는 것이 좀더 나은 선택일지에 대한 고민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윈도우와 맥 OS 프로그램 중 어떤 프로그램을 쓸지의 문제와 비슷한 상황으로, 어느쪽 솔루션이 더 나은지 입증이 안된 상황에서 양 진영은 자사의 기술력과 품질이 더 우수하다고 치켜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 12월에는 양쪽 진영의 일부 대표들이 자사 솔루션이 우수하다는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날선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는 업비트와 코드에서 모두 솔루션을 쓰고 있는데도 업비트 진영에만 합류한 것처럼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호환성 측면에서 양쪽다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트래블룰이 도입된 배경은 자금세탁을 막고 자금추적이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런데 3월 시스템 시행을 앞두기까지 양 진영이 내세운 장점들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는게 중소 거래소들의 지적이다.
 
또 한편에서는 트래블룰은 국제 표준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질 경쟁에 더 초점을 맞춰야하는데 국내 기업들간 경쟁 구도로만 가게 될까 우려된다는 시선도 있다. 
 
트래블룰은 현재까지 국제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금융당국의 명확한 지침도 나오지 않은 상태로, 국내 기업들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보다 효율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트래블룰의 경우 거래소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지점은 서비스 편의성이다. 양 진영의 거래소들도 애초엔 편의성을 위해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에 나섰을텐데 세력 다툼 양상으로 번지면서 시장 전체가 양분되고 그 안에서 중소업체들은 난감해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중간 매개 역할을 해야할 정부도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를 못하고 있어 이러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용자들까지 어떤 시스템이 더 나은지 갈피를 못잡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표준을 정하는 정부는 업비트와 코드가 소모적 경쟁을 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 또한 양 진영 역시 서로간 의견 교류를 통해 하루 빨리 원만한 협의를 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된다. 트래블룰 시행 이후에도 적용시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피고 보완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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