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처벌 목적' 환자 격리는 인권침해"

인권위 "헌법상 신체의 자유 침해"…해당 병원·관청에 시정 권고

입력 : 2022-02-08 오후 3:42:14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정신의료기관이 처벌 목적으로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8일  A씨가 정신의료기관인 모 병원 원장을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해당 병원에게 직원 대상 인권교육과 재발방지 대책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관활 관청에는 해당 병원이 이를 준수하는지 특별 지도·감독할 것을 아울러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A씨는 어머니와 누나에 의해 입원 된 것으로만 알았다가 이듬해 10월 퇴원하면서 입원신청서 본인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 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A씨 본인의 서명이 아니었다. 보호의무자로 적혀 있는 누나도 자격이 없었다. 민법상 누나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만 보호의무자로 지정될 수 있다. 결국 입원신청서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임의로 작성됐던 것이다. 
 
입원 뒤 2개월마다 서면으로 밝힌 퇴원의사 확인서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돼 있었다. 그러나 역시 A씨 본인이 서명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필적이 달랐다. 병원은 확인서상 A씨의 퇴원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퇴원시키지 않았다. 정신건강복지법상 본인 의사에 따라 입원신청을 한 경우 환자가 퇴원 의사를 밝히면 병원은 지체 없이 환자를 퇴원시켜야 한다. A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또 2020년 7월 다른 환자들의 사물함을 뒤져서 담배를 훔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지속했다는 이유로 병원으로부터 격리·강박 조치를 당했다. 보건복지부의 현행 '격리 및 강박 지침'에서는 신체적 제한 외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곤란할 경우에만 강박 조치를 시행할 수 있으며 환자관리의 편의성 등에 따른 처벌적 조치로는 시행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인권위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입원조치 됐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입원신청서에 의하면 진정인의 입원 유형은 동의입원으로 판단된다"며 "정신건강복지법 42조에 근거를 둔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인 주장과 같이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다만,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권위는 '동의입원' 보다는 '자의입원'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보건복지부가 '동의입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서도 이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러나 부당한 격리 및 강박을 당했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인권위는 "격리 및 강박일지상 기록을 볼 때 진정인에 대한 격리 및 강박 요인은 담배 절취행위에 대한 일종의 '행동 통제' 및 '처벌행위'임이 확인된다"면서 "피진정인 병원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75조 '격리·강박 지침'을 위반해 헌법 12조에서 규정한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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