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단일화 불씨…감정 상한 안철수

야권 단일화 최종시한 결국 아무 성과 없이 지나
윤석열 협상과정 전격 공개로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돼

입력 : 2022-02-27 오후 6:18:47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7일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전남 순천아랫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목포·순천·여수=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야권 단일화의 최종 시한으로 여겨졌던 27일까지 결국 어떠한 결과도 없었다. 오히려 감정적 골만 깊어진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전히 단일화 의지를 보였지만, 윤 후보의 전격적인 물밑협상 과정 공개와 문자폭탄에 감정이 상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독자완주 의지를 고수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28일 투표용지 인쇄를 하루 앞둔 이날은 사실상 단일화의 데드라인으로 인식되며 성사 여부에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쏠렸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며 급격히 윤 후보를 추격한 상황에서 다자구도는 필패라는 인식 또한 국민의힘 내에서 굳어졌다.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 간 물밑 움직임도 빨라졌다. 
 
하지만 윤 후보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을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히면서 단일화 불씨는 그대로 깨졌다. 안 후보도 이날 오후 전남 여수 이순신광장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 등에 대해 "제가 이미 단일화 협상에 대해서는 시한이 종료됐다고 분명히 선언했다"고 일축했다. 심지어 윤 후보 측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단일화 협상 경과'라는 제목의 PDF 파일 초기 제목이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고 적혀 있어, 이날 회견이 단일화 결렬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리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당장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과 협상 파트너로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윤 후보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통해 "결론적으로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윤 후보 측에서 제안하는 여러 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결정한 최종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자신에게 오는 전화 및 문자폭탄 배후에 국민의힘이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지금 이순간에도 제 번호를 뿌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인지 저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 오동도 시민인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이로서 윤 후보의 진정성도 일정 부분 퇴색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 말미에 "지금이라도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면 제가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안 후보의 화답을 기다리겠다. 국민들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통합에 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성사는 어렵게 됐다. 또한 안 후보가 계속해서 강조해왔던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받지 않는 점도 안 후보로서는 불만이다. 받아들인다 해도 여론조사 문항 등 룰 협상 과정 등을 감안하면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7일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매우 낮은 10% 정도의 단일화 가능성만 남았다"며 "오늘부로 사실상 단일화 협상이 종료된 것으로, 국민의힘으로서는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일화 책임론은 추후 윤 후보에게 향할 문제"라며 "안 후보는 이번 대선 결과가 어찌 됐든 다음 상황을 도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목포·순천·여수·광주를 찾아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 그간 안 후보는 PK와 TK 등 영남을 중심으로 유세를 펼쳤다. 호남 유세는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당내에서 호남 유세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권은희 원내대표가 주로 맡아왔다. 호남은 안 후보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이끌고 38석을 차지했던 돌풍의 교두보였다. 안 후보로서는 대선 열흘을 앞둔 상황에서 당시의 호남 민심 회복이 절박해졌다. 
 
한편 국민의힘은 ‘단일화 협상 경과'라는 제목의 PDF 파일 초기 제목에 대해 “초기 제목이 아닌 불러오기 한 파일의 기록”이라고 해명했다.
 
목포·순천·여수=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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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