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하도급 기술자료 유용한 '쿠첸' 덜미…쿠첸과 해당 직원 '검찰고발'

납품 승인 목적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수차례 '부당 사용'
하도급 기술자료 빼돌려 다른 수급자에게…거래선 변경 목적
"기술자료 요구에 대한 서면 교부도 하지 않아"

입력 : 2022-04-2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전기압력밥솥 브랜드로 유명한 '쿠첸'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다 공정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기술자료는 납품 승인 목적의 인쇄 배선 기판(Printed Wiring Board) 조립품(Assembly)으로 쿠첸은 수차례 부당하게 사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미교부한 쿠첸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9억22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또 쿠첸과 기술유용행위를 주도한 직원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쿠첸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 사이 네 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했다. 납품 승인을 목적으로 수급사업자로부터 받은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기술자료는 제3의 업체에 전달하는 등 거래선 변경에 사용했다. 이는 당초 해당 기술자료를 받은 목적 외 부당하게 사용한 것이다.
 
앞서 쿠첸은 기존 A수급사업자의 경쟁업체인 B수급사업자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시키기 위해 A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B수급사업자에 전달했다. 이후 A수급사업자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쿠첸은 동일 물품을 인상되지 않은 단가로 납품받기 위해 B수급사업자와 또 다른 업체인 C수급사업자에게 A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전달해 빠르게 거래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쿠첸은 단가 인상을 요청했던 A수급사업자와 단계적으로 거래 규모를 축소할 것을 계획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한 차례 더 A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C수급사업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거래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기존 수급사업자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당하게 유용하고 기존 수급사업자와의 거래를 단절하는 등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뿐만 아니다. 쿠첸은 기술자료 요구에 대한 서면 교부도 하지 않았다. 기술자료 요구서 제공 의무는 하도급업체의 기술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핵심 사항을 사전에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절차다. 현행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기술자료 요구를 금지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기술자료 명칭, 요구 목적 등이 기재된 서면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쿠첸은 지난 2015년 11월25일부터 2018년 12월18일까지 6개 수급사업자에게 밥솥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제작 관련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사전에 교부하지 않았다.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 과장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정도, 위반행위 기간, 의사결정의 주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사업자에게 수급사업자 기술자료 보호 인식이 없다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만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급사업자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를 운영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미교부한 쿠첸에 대해 총 9억2200만원의 과징금과 법인·해당 직원을 검찰 고발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쿠첸 체험센터. (사진=쿠첸)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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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