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000억 빼돌리면 징역 살아도 남는 장사?

오스템부터 아모레까지…수십~수천억대 횡령 범죄
업무상 횡령, 특경가법 적용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1900억 빼돌린 동아건설 직원, 22년6개월형 복역 중
검찰 "횡령범에게 이익 남아 있는 한 대부분 환수"

입력 : 2022-05-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나도 눈 딱 감고 한 1000억 빼돌려서 팔자나 한번 고쳐볼까. 징역 한 10년 살면 되지 않을까."
 
기업부터 공조직까지 내부 직원이 공금을 빼돌리는 업무상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횡령금액 규모도 수십억에서 수천억대에 달한다. 조직의 안일한 회계관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업무상 횡령의 경우 형이 특별히 가중된다는 사실에 실무담당자들이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주요 사건 중 피해액이 가장 큰 사례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다. 회사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이모씨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사 계좌에서 본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15회에 걸쳐 총 2215억원을 이체했다. 빼돌린 회삿돈은 주식 투자 등에 사용됐다. 이씨가 회사에 반환환 335억원을 제외하면 오스템의 피해액은 1880억원이다.
 
우리은행에서도 내부 직원이 은행 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달 초 검찰에 넘겨졌다. 직원 전모씨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8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약 614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 50억원의 횡령 정황도 추가로 발견돼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다. 경찰이 파악한 결과 전씨는 횡령금 중 320억원 가량을 옵션상품 투자에 썼다가 손실을 봤다.
 
이밖에도 코스피 상장사 계양전기에서 직원이 회삿돈 245억원을 횡령했고 화장품 제조회사 아모레퍼시픽과 클리오에서도 각각 30억여원, 19억여원 등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형법은 횡령죄를 저지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담당하는 업무와 관련해 회사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횡령했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업무상 횡령은 처벌이 더 무겁다. 업무상 횡령 때는 10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횡령 범죄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형이 가중된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형이 추가로 붙고, 50억원을 넘으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도 선고가 가능하다. 현재 횡령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재판부가 법정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굵직한 횡령사건 범죄자들은 모두 무기징역형이다.
 
무기징역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업무상 횡령범에 대한 법원의 선고형량은 매우 무겁다. 지난 2004년부터 회삿돈 1898억원을 빼돌린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모씨는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0년 당시 48세였던 박씨는 형을 다 마치면 70세가 된다. 박씨는 횡령한 돈을 주로 도박에 사용했고, 회수된 돈은 약 50억원에 불과하다. 
 
2005년에는 당시 조흥은행 직원 김모씨가 41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확정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을 옮겨 다니며 약 9억원을 횡령한 경리 직원이 징역 6년에 처해졌다. 
 
횡령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나국도 변호사는 “횡령 피해액이 1억원 정도라도 변제가 되지 않는다면 징역 2년~3년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재산 피해를 어떻게든 회복하라는 의미에서 횡령 범죄는 처벌이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횡령으로 얻은 이익도 횡령범에게 남아 있는 한 대부분 환수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8조는 범죄수익과 이에 관계된 재산 등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우리은행 횡령 사건 전씨의 개인 자산과 부동산 등 66억원을 대상으로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계양전기 직원 김씨가 횡령한 금액 일부와 아파트 분양 계약금 등 6억900만원은 법원이 몰수추징 보전을 인용했다. 오스템 횡령 사건의 이씨도 범죄수익 1144억에 대해 법원이 추징 보전을 받아들였다.
 
재경 검찰청의 한 검사는 “횡령으로 인한 피해액 전액을 환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추징할 대상이 확인되면 추징보전을 신청해 범죄 수익을 몰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지난 1월 서울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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