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기업의 일자리 창출 성과부터 측정하자

입력 : 2022-05-30 오전 6:00:00
지난주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다발적인 발표였다. 해당 기업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는 없지만, 투자 금액을 모두 합하면 1000조원을 넘는다. 엄청난 규모다. 투자에 따른 고용도 약속했다.
 
이처럼 갑작스럽고도 이례적인 기업들의 행보에 평가도 엇갈렸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 기간은 기업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현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비슷하다. 민간 주도의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에 대기업들이 화답했다는 훈훈한 평가도 나왔다.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탓에 한동안 숨죽이며 떳떳하지 못했던 대기업들로서는 친기업 성향의 정부가 반가울 만도 하다. 
 
반대로 이번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의 일상적인 활동인 투자를 특정 시점에 다른 의도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거론한 국정농단 당시의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일부 기업인은 아직 사법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기업에 투자는 필수다.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쟁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현 상황을 유지할 수도 없다. 그 때문에 이번에 일제히 이뤄진 발표가 어떤 다른 의도를 품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고 싶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급조했을 것이란 의문도 갖지 않고 싶다. 
 
대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밝히기 시작한 날인 지난 24일 산업계는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하고, 한국판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출범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표가 대거 참석했는데도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됐지만, 청년 일자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기업이 해결하겠다는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
 
산업계는 협의회를 출범하기 전 소통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갑질', '횡포', '독점', '꼰대 문화', '부정부패' 등 반기업 정서에 관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서는 외부에서 부추긴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 것이다. 지금도 기업의 반기업적 행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이에 협의회는 기업의 실천 성과를 측정해 반기업 정서를 줄이는 데 활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협의회는 일자리 창출을 가장 첫 번째 실천 명제로 제시했다. 일자리는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청년 실업 등 일자리 문제를 꼽은 응답이 83.7%로 가장 큰 비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채용은 일상적인 활동이라하더라도 환영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러한 계획이 제대로 이행돼야만 신기업가정신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경영 활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되며, 이는 채용으로도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대규모 투자 계획이 다른 의도로 발표된 것인지, 급조된 것인지는 성과로서 증명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일자리 성과부터 측정하기를 권한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사회적 가치 성과를 금액으로 측정해 알리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전 산업계로 확산하길 바란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한 일자리 창출과 이에 대한 성과 측정으로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타파하길 바란다. 
 
정해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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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