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 지도부가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 압승에도 정당 혁신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승리 직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당의 혁신과 쇄신을 주문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당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 대표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차기 당권을 둘러싼 여당 내 권력투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6·1지방선거가 끝난 지 하루 만인 지난 2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혁신위에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2년 뒤 22대 총선에서도 압승,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흐름을 이어갔다는 전략이다. 총선 승리는 여소야대 지형을 바꾸는 동시에 차기 대권을 향한 발판이 된다.
이 대표는 '으뜸당원' 도입 계획도 내놨다. 현재 국민의힘은 매달 1000원의 당비를 내는 이들에게 책임당원 지위를 부여하는데, 으뜸당원은 책임당원에 더해 일정 시간의 교육과 자격시험까지 통과한 '엘리트 당원'을 뜻한다. 이 대표는 으뜸당원들이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원인은 경선 위주 공천방식을 택해 과거 선거에 비해 공천 잡음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절대자의 개입으로 인한 분락을 막으려면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하는데, 후보 개인의 역량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혁신위원회에서 경선 제도에 대한 보완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혁신위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를 출범시킨 것은 2024년 총선 공천 시스템을 자신의 임기 내에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당 대표로 연임되지 않으면 2024년 총선 공천을 주도할 수 없다. 이에 미리 '시스템 공천'을 통해 '절대자'를 배경으로 둔 내부 세력의 공천권 전횡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찾아 지지를 보낸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혁신위 구성을 통해 이 대표가 친윤석열계 의원들과의 당내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정당이 총선을 2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혁신위를 꾸리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만큼 이 대표의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 대선 때부터 이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근 새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던 윤정원 IBK기업은행장에 반대 의견을 내고 이를 결국 관철하는 등 무게감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의원 역시 최근 인사정보관리단 신설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권한이 집중된다는 등의 언론보도에 직접 반박하고 나서는 등 윤심을 대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성상납 의혹을 정리하기 위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 해외 유학길에 오르는 등 조기 사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나는 당연히 임기를 채운다"면서 "유학설 같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만들어서 흘리는 이유는 나를 흔들기 위해서"라고 불쾌감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의원과의 충돌도 외부로 표출됐다. 정 의원은 6일 "집권당 대표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간 저간의 사정을 알아봤다"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 대부분이 난색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서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며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추진했던 혁신위원회 설치를 겨냥해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겠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윤석열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며 이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곧장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며 혁신위 출범을 되돌릴 수 없는 일로 돌렸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5년 만에 여의도에 복귀한 안철수 의원도 변수다. 안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당이 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굳혔다. 그는 이 대표와는 정치권에서 유명한 앙숙 관계에 있어, 이 대표의 행보 하나하나에 비토를 놓을 수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당대표에 재도전할지 묻는 진행자 질문에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저랑 정책적 방향성이나 개혁적 방향성이 일치하는 분들이 나오면 그분들을 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에서)상계동 당선되는 게 목표인데 '이분이 지도부 되면 내가 상계동에서 또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면 그때는 어떤 형태로든지, 제가 나가든지, 누굴 지지선언 하든지, 제가 선대위원장을 해주든지 개입할 것"이라며 차기 전당대회 개입 의사는 분명히 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