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중심"vs"코드 인사"…'사표 대란' 속 뒤숭숭한 검찰

고검검사급 인사 후 31명 검찰 떠나
삼성·롯데·BBK 수사 조재빈 차장 사의
'라임사태' 수사 지휘 이정환 지청장도 사표
전 정부서 승진도 좌천도 안 됐던 검사들 '애매'
법조계 "이제 검찰은 완전히 정치화"

입력 : 2022-06-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검찰 인사 전후로 검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하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며 ‘코드인사’ 논란 속 검찰 내 ‘사표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검사장급 인사부터 최근 중간간부 인사에서 의원면직한 검사만 30명이 넘는다. 사표를 던지고 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간부급 검사도 적지 않다. 사직 의사를 밝혔다가 좌천성 인사로 발목 잡힌 이른바 ‘친문’ 또는 ‘반윤’ 검사들을 비롯해 이번주 검찰을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는 간부급 검사만 50여명 규모로 파악된다.
 
28일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난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는 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조 차장은 이른바 ‘친윤’이나 ‘친문’ 라인은 아니지만 과거 삼성그룹 특별수사본부·BBK 특검팀 등에 파견돼 다스 수사 등을 맡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시절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해 그룹 관계자들을 대거 기소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지난해 7월부터는 인천지검 1차장을 지내면서 지난달 주범 이은해·조현수씨를 구속 기소하기까지 '계곡 살인'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이날 형진휘(29기)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도 사의를 표했다. 27일에는 ‘라임 사태’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환(29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과 '공안통' 김신(27기)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 김기훈(34기)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 김효붕(28기) 서울고검 공판부장 등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지난주 검사장급 인사 발표 후에는 윤대진(25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과 최성필(28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임현(28기) 서울고검 형사부장, 허인석(31기)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권상대(32기) 대검 정책기획관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선거 수사를 전담하는 공안부장 3명 전원이 사표를 던졌다. 서울중앙지검 최창민(32기) 공공수사1부장, 김경근(33기) 공공수사2부장, 진현일(32기) 형사10부장을 비롯해 김락현(33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 박순배(33기) 광주지검 형사2부 부장, 박기태(35기) 청주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 등도 줄줄이 사표를 냈다.
 
1987년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밝혀낸 최환 전 고검장 아들 최용훈(27기) 대검 인권정책관도 사표를 내고 의원면직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인사 대상이었던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매년 인사철이 되면 많이 빠져 나간다”며 “이번엔 그래도 능력 중심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고검검사급 인사 대상인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전체 판을 펴놓고 보면 이른바 '친윤' 검사들 위주로 등용했다는 것은 팩트"라며 "비슷한 경력과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 사람들이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또 다른 간부는 "전 정부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도 못하고 좌천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애매하다. 이들 중에는 이번 인사에서 결국 '필요 없다'는 사인을 받은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고 했다.
 
강력부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인사로 검사들이 수십명씩 나가면 검찰 내 수사 전력에 큰 손실이 생기고 내부 조직이 많이 흔들릴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소위 ‘우병우 라인’ 검사들이 약진하면서 이런 식의 (코드)인사가 계속돼왔는데 이번 인사만 봐도 윤석열, 한동훈 라인이 아니면 빛을 보지 못하는 등 언젠가부터 원칙과 기준을 알 수 없는 친소관계에 의한 인사가 이뤄지다”고 지적했다
 
검찰 인사를 잘 아는 한 유력 법조인은 "전체 인사를 놓고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양쪽 이름만 바뀐듯 하다. 검찰은 이제 완전히 정치화 됐다"고 말했다. 권력 잡은 정치인과 사후적으로 가까워지든 가까운 검찰 출신 정치인이 정권을 잡든 결국에는 정권과 친한 검사들만 살아남게 된다는 예를 검사들에게 확인시켰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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