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울시, 따로 노는 교육 정책

입력 : 2022-07-14 오전 6:00:00
2011년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아픈 해였다. 학교 무상급식 도입을 반대하며 시장직을 내걸고 주민투표를 진행했는데, 저조한 투표율로 투표함조차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오 시장은 직에서 결국 내려와야만 했다.
 
이후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서울시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넘어 지난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도입했다. 10년 전 오 시장이 반대했던 무상급식이 이젠 보편 복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해 10년 만에 복귀한 오 시장은 무상급식의 아픔을 극복이라도 해보려는 건지 교육 정책 이곳저곳에 손을 대고 있다. 핵심 사업은 '서울런(Seoul Learn)'이다. 이는 서울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이다.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취지다.
 
물론 쉽게 접할 수 있는 양질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나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업이 EBS 등과 비교해 차별점이 없다는 점에서 과연 실효가 있겠느냐는 게 문제다. 서울시는 올해 이 사업에 165억원의 예산을 쓸 계획인데, 기존 무료 인강과 같다면 큰돈만 쓴 셈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점을 안은 또 다른 정책도 있다. 바로 교통방송(TBS)을 교육방송으로 개편하는 사업이다. 오 시장은 "교통방송이 제공하는 교통정보를 들으며 운전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며 기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EBS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 큰 문제는 자신의 교육 정책에 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정작 서울시교육청과의 협력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조 교육감의 성향이 오 교육감과 반대인 진보 성향인 탓인지 두 수장의 '아름다운 동행'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시가 교육청에 주는 교육경비보조금을 두고 양측이 대립각을 세웠다. 연 500억~600억원 규모의 교육경비보조금은 유치원·학교·학생 교육 등에 쓰인다. 대법원은 최근 교육경비보조금의 하한을 설정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개정안 관련 소송에서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쉽게 말해 하한선이 없어지면서 서울시가 교육청에 주는 교육경비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이밖에 친환경 급식 예산을 두고도 조 교육감과 오 시장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청은 친환경 급식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교육 정책은 미래 인재를 키워내는 일인 만큼 오 시장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기존 정책들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정작 써야 할 곳에 돈을 쓰지 못한 채 괜한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따로 노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교육청을 비롯해 다양한 관련 기관과 협력해 서울시가 더욱 효과적인 교육 정책을 찾길 바란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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