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도심 공공임대 확대해야 '반지하 비극' 막는다"

주거권네트워크 이강훈 변호사 인터뷰
"반복되는 재난피해, '취약계층'에게 집중"
"정부 대책, 기존 발표된 정책 반복할 뿐"
"주택이외 거처, 15년간 40만 넘게 증가"
"임대주택 총량 늘려야 저소득층도 갈 곳 생겨"

입력 : 2022-08-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 8~9일, 115년만의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기후재난'의 희생자 4명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일가족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이다. 서울시는 '반지하 퇴출' 계획을 발표하며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드러난 취약계층의 주거권 문제가 과연 자연재해에만 원인이 있을까.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를 만나 근본적 원인과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이번 기록적 폭우로 희생당한 분들은 취약계층이다. 매번 반복되는 재난마다 치명적인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왜 반지하 같은 곳에 살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장)는 이번 폭우참사에 대해서 정부와 서울시가 단순 치수 대책으로만 보고 접근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서울의 비 피해와 지하 주택의 침수피해 사례는 셀 수 없이 발생했다. 시간당 강수량 기록도 향후 지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부는 피해 발생 지하 주택 중 일부만 재해취약 주택으로 보고 산정해 제한적으로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기록을 찾아보면 관악구 신림동은 과거부터 침수가 잦았던 지역이다. 2002년쯤에 홍수로 인해서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런 국지성 호우로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을 수해 위험 지역으로 정하고 치수 관리를 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이런 피해가 유독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어 단순 치수 관리 문제로만 보고 접근하는 데에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물난리' 지역만 수해 지역으로 정해 놓고 이 지역만의 해결 대책이 집중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나머지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해결법을 세우지 않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재해취약을 조속히 해소해야 하나 저소득층 주거수요도 상존하다는 전제를 두고 대책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재해취약주택과 거주자 분석 등 실태조사를 통해 공공임대 이주수요를 발굴할 예정이다. 재해 우려 구역의 개보수와 이 지역의 정상 거처 이주를 지원하고 주거지원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이 변호사는 "국토부 대책 중 재해 우려 주택 거주자 집중 지원과 민간임대 이주희망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출을 지원한다는 것 외에는 기존에 발표된 정책의 반복이고, 세입자 주거지원 강화 방안도 아무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지적했다. 결국 기존에 발표된 정비사업 지원 강화 방침 말고는 이번에 새로 발표된 내용이 없다는 소리다.
 
또한 서울시가 집중호우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을 20년 내 차례로 없애겠다고 발표한 '반지하 일몰제'에 대해서도 반지하 가구가 왜 수도권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고, 반지하 주택을 비주거용으로 정할 때도 기준을 정해 순차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반지하 주택은 전국에 32만7000가구, 특히 서울에만 20만호가 있다"며 "서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수도권의 집값 문제, 직장 문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주택만 없애겠다고 선언만 하지 말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어떤 반지하를 없앨 것인지 정확한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을 강화해나가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숙박업소 객실·쪽방·비닐하우스 등 주택이외의 거처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지하주택은 약 58만 가구에서 2020년 32만여 가구로 감소했다. 또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도 2005년, 250만에서 2015년, 150만여 가구로 줄었다. 반면 주택이외의 거처하는 가구는 2005년, 5만7000여 가구에서 2020년, 46만 가구로 대폭 뛰었다.
 
이를 두고 이 변호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재개발로 인해 상대적으로 개량돼 양호한 주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뜻 한다"면서 "반대로 주택외의 거처하는 가구의 증가는 취약계층이 지하주택과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없어지면서 고시원·쪽방 등 더 취약한 거주 환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도심에서 공급이 가능한 신축 매입임대 주택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전 정부보다 3~4만호 적은 연평균 1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전체적으로 임대주택의 총량이 늘어나야 저소득층도 들어갈 곳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때도 도심에서 공급이 가능한 매입임대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에 있는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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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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