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성 속 '탄탄한 기본기'…시몬스 팩토리움에 가다

공조시스템·높은 층고로 청결 유지
140kg 롤러로 내구성 시험…수면연구 R&D센터서 250가지 테스트도 진행

입력 : 2022-10-25 오후 4:57:2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1위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래오래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는 바로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 팩토리움이다. 시몬스 팩토리움은 지난 2017년 완공돼 올해로 개장 5주년을 맞았다. 15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곳인 만큼 흔히 생각하는 공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련된 외관과 너른 잔디밭 덕에 시몬스 팩토리움은 이미 SNS상에서 사진 명소로도 유명할 정도다. 이 회사의 주축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는 걸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시몬스는 임직원 평균 나이가 만 34세일 정도로 젊은 기업이다. 이처럼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안 대표는 "요즘 세대 고객들과 소통을 하려면 요즘 세대 직원이 실무를 하는 게 맞다. 그들에게 권한과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같이 성장하면 시몬스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이 MZ세대의 감성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위 겉모양만 내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참신한 첫인상을 남긴 시몬스 팩토리움은 전체를 둘러본 이후에야 비로소 진짜 본 모습을 드러냈다. 시몬스 특유의 감성 안에 내포된 '기본'에 대한 집착, 이것이 바로 시몬스가 성장해온 진짜 비결임을 공장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가 25일 경기도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시몬스)
 
이곳 시몬스 팩토리움의 전체 평수는 7만4505㎡(2만2538평)로, 테라스에서 생산시설까지 이동할 때 도보로 7분이 걸리는 수준이다. 생산시스템 파트의 대지 규모는 4900평, 복합문화공간인 테라스는 1000평 규모다. 시몬스 팩토리움에서는 매일 600~700조의 침대를 생산한다.
 
25일 경기도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에서 매트리스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시몬스)
 
작업자의 덩치를 압도하는 거대한 침대들이 빼곡히 쌓인 생산공장에 들어섰지만 갑갑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높은 층고 덕분이다. 수많은 원단이 잘려져 나가는 곳임에도 먼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공조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현장이었다. 청결에 신경을 쓰는 이유에 대해 안 대표는 "침대는 집 안에 들어가는 물건이고, 수면은 건강과 직결돼있다고 생각한다. 매트리스는 피부하고 직접 닿는다. 당연히 청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폼은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이를 빨리 날리기 위해 층고를 높여 공간을 넓혔다. 그런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수면연구 R&D센터'에서는 모든 제품마다 수십만 번 이상의 가혹한 테스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41종 시험기기를 활용해 250여 가지의 세부 테스트가 이뤄진다. 140kg의 롤러가 침대 위를 사정없이 굴렀고, 볼링공이 매트리스에 수차례 떨어졌다. △롤링 시험기 △낙하 충격 측정기 △목물 내구성 시험기 △프레임 내구성 시험기를 통해 시몬스는 국내 규격보다 더 깐깐한 해외 규격 또는 그 이상의 규격에 맞춰 내구성을 테스트한다.
 
'인공기후실'에서는 33개의 센서를 장착한 3억5000만원 상당의 마네킹을 대상으로 신체 부위별 온도를 세밀하게 측정한다. 최적의 쾌적함과 보온성, 풍기성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감성과학 분석실'에서는 경도가 다른 매트리스들에 실제 사람을 눕게 해 만족도 등을 수치화한다. 또 외부소음이 차단된 '수면상태 분석실'에서는 사람이 자는 동안 변화하는 수면 뇌파등을 검사하며 매트리스가 수면에 얼마나 만족감을 주는지 확인한다. 시몬스 측은 눈에 확 띄는 생산시설 자체보다 되레 이 테스트 과정을 좀더 강조했다. 
 
25일 경기도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 전경. (사진=변소인 기자)
 
공장을 둘러보니 안 대표의 '1등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이해되는 듯했다. 시몬스는 순위보다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깐깐한 규정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20년 간 시몬스를 운영해 온 안 대표는 침대를 만드는 데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면은 편안함을 넘어서 건강과 직결돼있다. 단순히 침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원부자재, 청결한 생산시설, 설비, 테스트 등을 하는 이유는 침대에 대한 자존감"이라고 했다.
 
시몬스는 현재 업계 1위인 에이스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다만 알다시피 대외 여건이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안 대표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겠지만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악화하면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비용은 늘어난 탓이다. 이같은 상황 속 안 대표는 내년에는 기존과 비슷한 유형의 시몬스 팝업스토어는 열지 않는 대신,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광고 전략도 일부 수정한다. 기존의 이미지 광고에서 벗어나 기능성을 중시하는 광고 캠페인을 펼치되, 시몬스만의 스타일은 유지해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내년 매출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면서도 안 대표는 가격인상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했다. 시장은 언젠가 안정될 것이고 그때까지 인내하며 좋은 침대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자존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안 대표가 말한 자존감의 결정체가 바로 시몬스 팩토리움이 아닐까 싶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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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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