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가입비 받아줄게"…회원가입 유도한 결혼정보사 대표 유죄

1심 "관할 구청에 전화 연락…기망행위로 보기 어려워" 무죄
2심 "가입비 받아 줄 의사·능력 없어"…벌금 100만원 선고

입력 : 2022-11-01 오전 11:53:28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서울 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고객이 이미 지불한 다른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를 대신 받아주겠다며 자신의 회사에 가입을 유도한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김형작)은 사기죄로 기소된 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 대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최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B씨와 상담 과정에서 B씨가 이미 다른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비 300만원을 내고 가입했지만, 해당 결혼정보회사가 사기를 친다는 생각에 가입비를 돌려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우리 회사에 200만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하면 다른 결혼정보회사에 지급한 가입비를 직접 받아주겠다”, “내가 책임지고 받아주겠다”, “못 받아주면 우리 회사 가입비를 도로 돌려주겠다” 등의 말을 하며 B씨에게 자신의 회사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A씨의 말을 믿은 B씨는 A씨 회사에 200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가입 직후 A씨는 태도가 돌변해 “강남구청 담당자에게 B씨가 직접 민원을 제기하라”고 말했다. 이에 B씨는 가입한 지 3시간 만에 A씨에게 가입 해지를 요청했다.
 
1심은 “B씨가 A씨 회사에 가입할 즈음 A씨가 직접 강남구청에 연락해 회원 가입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조치해 달라는 전화를 한 적이 있다”라며 “회원가입비 300만원을 받아줄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해 회원가입을 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B씨에게 가입비를 받아준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녹취록이 제출된 후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라며 “A씨가 당초 B씨에게 ‘직접 받아주겠다’가 아니라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받아 줄 수 있으면 받아주겠다’는 취지로만 이야기했다면 B씨가 200만원을 지불하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다른 결혼정보회사의 가입비를 받아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가 피해 금액 200만원 중 156만원을 해지금으로 피해자에게 반환하는 등 양형 조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