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트라우마 극복은 공감과 치료가 우선"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영남대 교수) 인터뷰
"재난보도준칙 준수하고 시간를 두고 송출해야"
"다양한 심리지원 서비스 제공·연대감 형성이 우선"
"트라우마 극복 위해서는 '회복탄력성' 중요"

입력 : 2022-11-08 오전 6:00:00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 (사진=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트라우마를 경험한 현업 종사자들도 자신을 돌보는 시간 가져야한다"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태원 참사의 트라우마가 유족과 생존자는 물론 그날 그곳에 있지 않은 많은 이들의 마음과 일상을 잠식했다. 전 국민이 세월호 이후 또 다시 트라우마에 빠졌다. 사고를 겪지 않고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유발될 수 있다.
 
특히 이런 증상은 사고 당사자를 도와준 경찰, 치료해준 정신과 의사나 상담자들이 많이 걸리는데, '세월호'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조현주 회장은 "기자, 경찰, 소방대원, 공무원, 이외 관련 업무 종사자들 역시 업무로 인해 참혹한 현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잠시 현장을 떠나 있을 때도 각종 매체를 통한 동영상을 통해 또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현업에 집중하느라 본인의 아픔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나도 외상에 노출됐구나'를 뒤늦게 인지하는 순간 지연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이때에는 뒤로 미루지 말고, 타인이 아닌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 심리지원 서비스를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전 국민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참사 소식을 접해 당시의 상황을 언론, SNS를 통해 여과 없이 접하게 됐다"며 "충격적 사건에 대한 간접경험 역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통로를 통해 충격적인 사건에 자주 노출될 때는 긴장, 두려움, 무기력,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기 쉽고 주의집중, 합리적인 판단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언론에서 보도하거나 전달할 때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당사자, 유족, 관계자 등에게 도움을 드릴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혼자 아파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재난보도준칙 준수하고 시간차 두고 송출해야"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매해 태풍, 호우, 재해를 겪어 생중계되는 속보에 익숙해져 있다"며 "생중계를 통해 받는 충격을 생각지 못하고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 당시에는 잘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처리되지 않은 정보들이 일상생활에서 기억 및 이미지로 떠오른다"며 "불편한 감정, 심리, 신체적인 반응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뇌가 우리 몸의 항상성을 조절하고,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치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혼자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중계에 있어 재난보도준칙(국가트라우마센터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송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 회복 위해선 회복탄력성 중요"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은 "언론인, 경찰, 소방대원 등 업무 종사자도 현장에 노출되기 때문에 잠시 현장을 떠나도 각종 동영상을 통해 트라우마에 걸릴 수 있다. 트라우마를 회복하기 위해선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이 위기에 봉착하고 스트레스에 당면했을 때 개인의 욕구와 외부의 욕구에 심리적, 행동적 유연성을 발휘해 적응 및 대처하는 힘이다. 현재 전 국민이 이태원 참사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트라우마 상황에 직면했을 때 도움을 주는 방안이다.
  
이어 "'나도 외상에 노출됐구나'를 뒤늦게 인지하는 순간 지연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때에는 뒤로 미루지 말고, 타인이 아닌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 심리지원 서비스를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 (사진=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
 
"다양한 심리지원 서비스 제공·연대감 형성 중요" 
 
조현주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은 "이번 참사로 인해 다양한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가 연대감을 형성해 다시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SNS에 무분별한 정보나 영상을 제작, 재생산, 게재하는 것을 자제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 강화…정부·심리 전문가가 안전한 환경 마련해야"
 
조 회장은 "사회적 자원과 공동체의 관심이 있다면 개인은 오래지 않아 상처로부터 회복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라며 "우리 안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긍정의 힘이 내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심리 전문가가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천천히 숨쉬기 △나비 포옹 △회복탄력성 강화 등이 있다. 나비 포옹법은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한 다음, 나비가 날개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가면서 살짝살짝 10~15회 두드려 주는 포옹법이다. 복식 호흡하기와 함께 사용하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다.
 
◇주요 경력
 
△1990년 명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3년 중앙대학교 임상심리학 석사 △2003년 고려대학교 임상 및 상담심리학 박사 △1993년 3월~1994년 2월 한양대학교 병원 임상심리 인턴 △1994년 9월~1995년 2월 삼성의료원 임상심리 인턴 △1995년 7월~1999년 2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임상심리수련감독자 △2003년 9월~2004년 8월 고려대학교 조직 및 산업심리학 선임 연구원 △2004년 10월~2006년 4월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우울증 임상연구 선임 연구원 △2006년 5월~2008년 2월 중앙대학교 병원 정신과 연구교수 △2006년 5월~2009년 2월 서울 가정법원 이혼 전 상담위원 △2008년 4월~2009년 2월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연구 교수 △2009년 3월~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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