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새 기술평가모델…바이오 '특례상장' 해결사 될까

"상장 시 신중하게 평가, 기술력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 중요"
한국거래소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평가기관 독립성 확보 필요"

입력 : 2022-11-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하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은 당장 재무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술력이나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신약개발의 경우 약 10년의 기간과 수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비용이 투자해야 돼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2005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장 후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하고 재무성과가 부진한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특례상장 기업의 총자산수익률(ROA)은 큰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ROA는 상장 전년과 당해 연도 간 큰 변화가 있는데, 이는 공모자금이 더해져 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공모자금을 고려하면 수익성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기술평가모델이 이같은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9일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특례상장 기업의 성과와 기술평가의 중요성'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특례상장 IPO는 총 15건에 불과했다. 최근 바이오 외에 IT와 산업재, 경기소비재 소재 등의 부문에서 특례상장 IPO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특례상장 건수 중 IT 부문은 48%, 바이오 부문은 33%를 차지했다. 
 
이처럼 기업이 특례상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상장 전 특례상장 기업들의 재무성과는 일반상장보다 크게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례상장 기업들의 자산과 자기자본은 일반상장 대비 1/3~1/2 수준에 그치고, 매출액은 일반상장 대비 1/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상장 후 특례상장 기업의 자산회전율을 보면 상장 후 5년이 지난 후에도 상당수의 특례상장 기업들의 자산회전율은 20% 수준으로 낮다.
 
자산회전율은 기업이 자산을 사용해 매출액을 창출하는 효율성 지표다. 이같은 자산회전율의 경과는 상장 후 4~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많은 특례상장 기업들이 자신의 기술력을 매출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이오 기업은 더욱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유예 기간이 지난 뒤에도 △최근 3년 매출 총합 90억원 이상이면서 직전 연도 매출 30억원 이상 △연구개발·시장평가 우수기업이면 매출 요건이 면제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이면 '상장폐지'된다.
 
신라젠(215600)은 지난 2016년 12월 상장해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6년차를 맞이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가까스로 거래 재개로 기사회생했지만 기술특례상장제도의 명과 암을 잘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상장 제도는 기술성장기업에게 IPO 자금조달의 기회를 제공하고 차별화된 상장요건을 통해서도 상장할만한 기업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성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선 "기술평가 역량이 보강된다면 특례상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례상장 제도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국거래소는 기술평가모델 정비 작업에 나섰다. 기술평가의 평가 기준을 표준화해 특례상장 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8월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제시했다.  홍순욱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기술특례상장의 커다란 축인 기술평가의 새로운 모델 제시를 통해 기술특례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고 코스닥 시장을 통한 혁신기업의 성장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술특례상장절차에서 기술평가는 핵심 기능을 수행, 이를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방식과 참여도는 기술평가 신뢰도에 직결됐다. 즉 기술평가제도가 기술평가의 신뢰성 부족 및 업종 구분 부재, 평가기관의 미온적 자세 등이 기술평가의 견고한 운영을 방해하는 근본 원인이 됐다.
 
이번 기술평가모델은 개발의 기본방향을 현재 기술평가 항목 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내외 유사 사례 분석 등을 통해 기술평가 모델 개발 방안을 수립했다. 개발 방안으로는 △평가항목 개편 △평가항목 배점 기준 제공 △산업·기술 모듈형 평가지표 개발 △공통·선택 평가지표 설정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신약개발기업과 같이 매출은 없으나 성장성이 예상되는 기업의 상장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제도"라며 "이러한 기업이라도 일정기간 이후에는 매출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기환 연구센터장은 "최근에는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국가 핵심산업 관련 기업의 상장의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며 "지난 8월 거래소가 추진한 사항은 24개 기술평가기관마다 평가기준이 상이한 것에 대한 기술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배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원래 특례상장의 목적 취지를 살린다고 한다면 특례상장은 미래 가치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신약개발을 하면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을 그동안 동일한 잣대로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 바이오 서밋 개회식에서 개회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평가항목 개편을 보면 평가항목간의 중복·상충, 기본 취지 등을 고려해 평가 소항목을 기존 35개에서 18개 항목으로 재편했다. 평가항목 배점 기준 제공 부문은 한국거래소, 전문평가기관, 삼일PwC가 참여한 업종별 항목별 중요도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항목별 배점 가이드라인을 도출했다.
 
산업·기술 모듈형 평가지표 개발 부문은 신청기업 업종 및 국내외 주요 기술 트렌드를 고려해 해당 업종과 기술별 특성을 반영한 산업 평가지표와 기술 평가지표로 구성했다.
 
산업평가지표에서 바이오의약품이 특징적 평가지표는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 △라이선스아웃 실적 △위탁생산(CMO)·임상수타기관(CRO) 파트너십 여부 △파이프라인 확장가능성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술평가 지표 제시가 사후 관리 및 감독 측면도 강화된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하고 나면 이후 기술력에 의심이 생겼을 때 상장폐지를 할 수 없다"며 "상장 당시 신중하게 평가하고 이후 추가적으로 회사의 기술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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