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의 신청 500여 건 이상…영어가 최다

21일 오후 4시 기준 562건, 영어 288건으로 가장 많아
듣기평가 이의 신청이 대다수…23번 문제 지문 논란도
명백한 출제 오류는 없는 듯…29일 최종 정답 발표

입력 : 2022-11-21 오후 5:05:04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나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이 500여 건 이상 접수됐다. 특히 영어 영역에 출제된 한 문제의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흡사하다는 이의 제기가 잇따르고 있어 한동안 논란이 될 전망이다.
 
21일 오후 4시 기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2023학년도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게시판'에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562건이다. 과목별로는 국어 영역 57건, 수학 영역 48건, 영어 영역 288건, 한국사 영역 11건, 사회탐구 영역 106건, 과학탐구 영역 37건, 직업탐구 영역 3건,  제2외국어/한문 영역 12건이 접수됐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나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이 500여 건 이상 접수됐다. 특히 영어 영역이 듣기평가·23번 문제 지문의 사설 모의평가 지문과의 유사성 등으로 가장 많았다. 사진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게시판' 가운데 영어 영역 게시판의 모습.(사진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이의 신청이 가장 많은 과목은 영어 영역이다. 그 가운데서도 듣기평가 음질이 좋지 않아 시험에 영향을 받았다는 문제 제기가 대다수였다. 듣기평가에 잡음이 섞여 있었고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등 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일부 음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듣기평가는 원활하게 잘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의 신청 심사 기간 동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검토된 내용들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 영역 23번 문제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3점짜리 문항인 23번 문제의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 강사 A씨가 수능 직전 제공한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 지문과 거의 유사하다는 내용이다. 23번 문제 지문과 해당 모의고사 지문은 마지막 한 문장을 제외하고 일부 조사나 문장 등에서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하다.
 
해당 지문은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알려진 캐스 선스타인 씨가 지난 2020년 출간한 저서 'Too Much Information'에서 일부 발췌됐다. 사설 모의고사의 문제는 '문맥상 낱말의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이었고, 수능은 '다음 글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었다.
 
이로 인해 일부 수험생들은 A씨의 강의를 들은 수험생이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시험을 본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적절한 어휘를 찾는 문제는 글의 내용을 파악해야 풀 수 있으므로 해당 지문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있던 수험생들이 문제를 더 쉽게 빨리 풀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제를 전원 정답 처리해 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게시판'에는 "A씨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지문을 읽지도 않고 정답을 골랐다고 한다", "이 시험으로 인생을 걸어야 하는 수많은 수험생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 "40만 수험생들을 기만하는 행위", "평가원이 대형 입시학원을 홍보해주는 꼴 아니냐" 등 다수의 비판 글이 게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문제 출제를 위해 입소하기 전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참고서·문제집을 모두 구입해 살펴본 뒤 비슷한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출제한다"며 "개별 학교나 입시학원 등에서 수능에 임박해 제공하는 내용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어 영역은 독서 과목 15번과 17번 문제의 복수 정답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지문은 '클라이버의 기초대사량 연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지문과 선택지에서 정비례가 아니면 비례가 아니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사회탐구 영역 동아시아사 10번 문제에 대한 이의 신청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보기 1번의 '송과 대립하였다'는 문구에서 해당 '송'이 '남조의 송'인지 '조광윤이 건국한 송'인지 구분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지구과학Ⅰ 과목에서 화강암의 반감기를 묻는 문항에 초기 함량 값을 주지 않아 동등한 비교가 어렵다는 이의 제기가 나온다.
 
수능 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 신청은 2019학년도 991건, 2020학년도 344건, 2021학년도 417건, 2022학년도 1014건 등이 접수됐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생명과학II 문제 출제 오류로 사상 초유의 '수능 공란 성적표'가 배부된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문제 오류를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94학년도 첫 수능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출제 오류를 인정한 문항은 단 9개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7일 수능 문제 출제 오류 방지 등을 위해 검토위원도 대폭 늘리고 출제 기간 역시 3일 연장했다고 발표했지만 영어 영역에서 사설 모의고사와 흡사한 문제가 출제되는 등 올해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입시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명백한 출제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강사들과 수능 문제를 분석해본 결과 오류가 있는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까지 접수된 이의 신청 의견을 심사해 오는 29일 수능 최종 정답 발표를 한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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