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산치료제 개발 '줄포기'…"아직 한 발 남았다"

현대바이오, CP-COV03 코로나19 임상2상 투약 절차 완료
일동제약, '조코바'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국내 허가 추진

입력 : 2022-12-14 오전 11:30:50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기업들이 연이어 임상 중단 선언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과 중증 환자로의 이행률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도 '국내 2호' 코로나 치료제 완주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있어 이목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은 지난 9일 공시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이던 신약 물질 'DWJ1248'의 임상3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빠르게 변화하는 코로나19 상황과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중증환자로의 이행률이 감소함에 따라 임상 결과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동화약품(000020)은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2008' 임상 2상을 자진 중단했다. DW2008은 기존 천식치료제로 개발하던 천연물 의약품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돼 왔다.
 
이 밖에도 지난해 GC녹십자(006280), 부광약품(003000), 일양약품(007570), 제넥신(095700)이 일찌감치 개발을 중단했다. 제넥신은 임상 2·3상 단계로 개발하던 코로나19 DNA 백신 'GX-19N'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현재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는 기업들 속에서 '국내 2호' 코로나 치료제 완주를 목표로 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와 일동제약(249420)이 주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현대바이오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CP-COV03의 코로나19 임상2상의 투약 절차를 모두 마쳤다. 코로나19 확진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은 지난 5월 11일 첫 환자 모집이 이뤄진 이래 부작용 없이 약 7개월 만에 끝났다. 임상은 마지막 퇴원자에 대한 3주간 외래 관찰이 끝나면 공식 종료된다.
 
현대바이오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현대바이오)
 
현대바이오는 임상이 공식 종료되는 대로 보건당국에 CP-COV03의 긴급사용승인 신청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바이오 측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부작용 없이 순조롭게 끝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코로나 임상을 통한  CP-COV03의 안전성이 부각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먼저 코로나 치료제로 CP-COV03의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이를 출발점으로 이 약물의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임상 1, 2상을 모두 마친 CP-COV03을 타 질환 치료제로 용도 확대시에는 임상2상 직행이 가능하다. 치료제가 없는 질환일 경우 패스트 트랙으로 임상 기관과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1일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3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가 발표한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 건의 구체적 명칭은 'RNA 바이러스 감염병(Disease x) 대비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다. 
 
범용 항바이러스제는 특정 감염병을 적응증으로 하지 않으면서 RNA를 보유하나 바이러스 유행 시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다. 미국의 경우 미래 팬데믹 대비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그간 60여 년 동안 진행된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 개발의 성과는 현재 200여 종의 바이러스 질환이 있지만 치료제가 개발된 바이러스 질환은 9종에 불과하다.
 
모든 바이러스에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은 페니실린, 즉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의 발명과 같이 바이러스 질환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바이러스 질환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바이러스에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다. 지난해 이후 세포의 오토파지에 의한 바이러스제거가 가능하단 것이 밝혀짐으로써 기전상으로 모든 바이러스에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기전을 가능케 하는 현재 유일한 약물은 니클로사마이드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이 '세포 효능실험' 등을 통해 코로나뿐 아니라 원숭이두창과 간염, 에이즈 등 수십 종에 달하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으나 생체 이용률이 너무 낮아 동물이나 사람에게서 안전성과 효능 입증에 성공한 사례는 CP-COV03 가 유일하다.
 
일동제약도 최근 일본 시오노기 제약과 개발 중인 조코바가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질병관리청은 "조코바의 임상 결과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임상 전문가 자문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상 검토 결과 및 전문가 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요청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코바는 엔시트렐비르(ensitrelvir) 성분의 항바이러스제다. 3CL-프로테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매일 한번 5일 간 복용하면 된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올해 8월까지 진행한 임상 2·3상시험에서 기침, 인후통, 콧물 및 코막힘, 발열, 피로감 등의 증상 개선 속도를 높였다. 조코바 투여군은 증상 개선까지 167.9시간 걸렸지만 가짜약은 192.2시간이었다.
 
중증화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코로나19 경구약과 달리 경증 단계에서부터 복용할 수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11월 시오노기와 조코바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후 국내 임상3상을 진행해왔다. 일동제약은 우리나라에 대한 조코바(국내 사용 명칭은 S-217622) 허가와 생산, 판매 등의 권리를 갖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코바 100만명분을 추가 구매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시오노기를 통해 조코바 1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시오노기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올해 3월 일본 후생성은 시오노기로부터 100만명분의 조코바를 확보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후생성이 확보한 조코바는 200만명분으로 늘었다.
 
시오노기 측은 정부가 안정적으로 조코바를 일선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신규 공급 물량을 연내 전달할 계획이다. 시오노기는 이 약이 일반적인 의약품 유통 경로로도 판매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과 논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조코바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허가 절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긴급사용 승인제도는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돼 긴급히 진단시약이 필요하나 국내에 허가제품이 없는 경우 또는 제조·허가 등을 받고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공급이 부족허가나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이 요청한 진단시약을 식약처장이 승인해 한시적으로 제조·판매·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조코바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을 통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일본에서 먼저 긴급사용승인을 취득해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내 사용 승인 취득에 필요한 제반 준비 등을 잘 이어나간다면 한국에서의 긴급사용승인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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