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2차 전지 ‘이엔플러스’와 사채놀이에 빠진 감귤부자

210억 CB 발행 3개조합 사실상 한몸…임 대표 가족 회사
삼다감귤 임 대표, CB 납입 미루고 장내매도로 160억 현금 확보
이번에도 테마 편승했지만, 2차전지 핵심 소재 관련 성과는 전무

입력 : 2022-12-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엔플러스(074610)가 2차전지 공장 건설 등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발행이 되지 않은 21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납부하기로 한 주체가 사실상 모두 한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CB투자자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황으로, 일각에선 이엔플러스가 2차전지 테마를 활용해 주가를 띄운 후 CB 돌려막으며,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 지분 매각 CB 납입금 마련용 인가…130억 확보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엔플러스는 지난 10월 350억원의 CB발행을 공시했던 이엔플러스의 자금조달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22~26회차 CB 중 24~26회차 CB의 납입일이 내년 2월로 연기됐으며, 22~23회차 CB는 기존 계획(130억원) 보다 28억원 줄어든 102억원으로 납입됐다. 
 
이엔플러스는 삼성SDI(006400)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전극 및 도전재를 적용한 각형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알려진 기업이다. 
 
CB납입이 지속해서 유예된 것은 CB 발행 대상인 삼다영농조합법인과 초록원, 테라에셋 3개 법인의 CB자금 조달이 지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3개 법인의 사실상 주인이 모두 임권일 삼다감귤영농조합 대표인데, 지난달 이엔플러스 지분을 대거 매도하며 현금 160억원 가량 확보한바 있다.
 
삼다감귤영농조합법인은 1999년 설립된 과실류 도매기업이다. 임권일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해당 기업의 대표로 지난 2012년부터 지역 언론 등에서 얼굴을 비춘 바 있다. 초록원은 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임상규 씨가 대표로 있다. 80억원의 자금을 대는 테라에셋  역시 이들 가족법인이다. 임 대표와 아내인 고재선씨, 그리고 아들인 임상규 씨가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3개 법인이 따로 존재하지만 사실상 하나의 가족회사인 셈이다.
 
앞서 임권일 대표는 이엔플러스가 2차전지 테마를 타기 전 장내 매수를 통해 5%의 지분을 확보하며 대주주에 올랐으며, 한참 주가가 고점을 기록하던 당시 모든 지분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바 있다.
 
이에 시장에선 이엔플러스가 2차전지 테마로 주가를 띄운 후 주식매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CB 납입금을 돌려막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제주감귤 유통장에서 우근민 36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삼다감귤영농법인 관계자들이 감귤 출하현장을 보고 있다.(사진=제주감귤출하연합회)
 
제주 감귤농장은 어쩌다 CB 큰손이 됐나…우리들휴브레인서도 차익 실현
 
실제 임권일 씨가 대표로 있는 삼다감귤영농조합은 현재 투자회사의 모습에 더 가깝다. 2021년 기준 11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영농조합은 지난 2019년 까지 꾸준히 15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실현해왔으나 지난 2020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법인이 전자로 전환했지만, 당기순이익은 기존 12억4000만원에서 67억7000만원으로 446% 급등했다. 투자활동 등 영업외 수익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임씨 가족들이 처음 CB 시장에 등장하던 때와도 일치한다. 제주도에서 감귤 농장을 하던 임 대표 가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당시 팜젠사이언스(004720)(전 우리들제약)에 여러 투자조합들과 함께 200억 CB발행에 참여했으며, 2020년 우리들제약이 코로나19 진단키트 테마로 급등하던 당시 모든 CB를 처분하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의 업계관계자는 “2차 전지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영농법인의 CB 투자에 참여했는데, 각종 저축은행과 무자본 M&A 세력 등이 CB를 찍어내던 라임사태 시기 재미를 본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선 CB투자를 위해 만들어진 장부상 회사나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CB 발행대상이 투자조합으로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유상증자나 발행이 완료된 CB에도 이들의 지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시 테마편승, 2차전지 핵심 소재 관련 성과는 아직 없어
 
시장에선 이엔플러스가 이번에도 테마에 편승하기 위해 CB세력과 손을 잡은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엔플러스는 제약·바이오주의 버블이 정점을 찍던 지난 2017년 사명을 나노메딕스로 변경, 바이오 사업 진출을 시사하며 주가가 급등했으며, 그래핀 테마가 한창이던 지난 2019년에는 그래핀 테마에 올라탔다. 주가 급등이 이어지는 동안 이엔플러스는 800억원이 넘는 CB를 찍어냈다. 
 
이엔플러스가 최근 발표한 전기차 1톤급 차량의 운송량 축연장 사업 역시 전기차 배터리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된 전기차를 택배용이나 냉동용으로 단순 구조를 변경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2차전지 관련 밴더사 등록 역시 양·음극재 등의 소재가 아닌 방열캡 납품으로 알려졌다. 
 
이엔플러스 신소재 공장 준공식. (사진=이엔플러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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