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꿈의 항암제라지만 재발하면 막막

1회 투여로도 혈액암 완치율 50%…건보까지 적용
한 번만 투여 단점 지적…치료 후 실패 사례도 빈번

입력 : 2023-01-25 오전 6:00:00
(사진=삼성서울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꿈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치료제(이하 CAR-T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은 지도 9개월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단 한 번의 투여로도 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그만큼 단점도 뚜렷하고 명확합니다.
 
환자 세포 이용해 치료제 개발…패러다임 전환
 
CAR-T 치료제가 꿈의 항암제 또는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것은 치료 방법 때문입니다.
 
기존 항암제는 세대별로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로 나뉘는데 각각의 특성에 따라 장단점이 달라집니다. 공통점은 사용 대상을 개인으로 특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와 달리 CAR-T 치료제는 개인 맞춤형 항암제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를 보죠. CAR-T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만 타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뒤 우리 몸에 주입하는 개인 맞춤형 면역치료제입니다. T세포를 조작하는 것은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함께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차원이죠. 자기 세포로 치료제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는 쓸 수 없는, 완전 개인 맞춤형입니다.
 
CAR-T 치료제가 꿈이나 기적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요인은 투여 횟수입니다. 보통 항암제라고 하면 긴 기간 동안 고통을 수반하면서 먹어야 하는 반면 CAR-T 치료제는 딱 한 번만 투여하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CAR-T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로 소량만 맞춤형으로 만들고, 투여 횟수도 한 번에 그쳐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죠.
 
비싸고 만들기 어렵다? 허들 하나씩 정복 중
 
항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린 CAR-T 치료제의 활동 영역은 전 세계 각국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노바티스 '킴리아'가 지난해 4월부터 건보 적용을 받기도 했죠. 완치율은 약 50%, 투여 대상은 2회 이상 치료를 받은 후 재발 또는 불응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와 25세 이하의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입니다. 이 밖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또 다른 CAR-T 치료제 '예스카타', '테카루스', '브레얀지' 등이 승인받기도 했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CAR-T 치료제도 장점만 갖추진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허들은 생산 기간과 비용, 인프라입니다.
 
먼저 생산 기간을 보죠. 환자의 혈액을 뽑아 여기서 T세포를 추출하고 유전자를 조작해 치료제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개월입니다. 단 한 번의 투여를 위해 환자는 두 달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죠. 다행히 최근에는 병원에서 CAR-T 치료제를 자체 생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 (사진=한국노바티스)
 
비용 부담도 무시하지 못할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경우 1회 투여 비용이 4억원대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선 건보 적용으로 환자 부담금이 598만원까지 낮아졌습니다.
 
인프라 역시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기존 의약품은 원료를 모아 생산 시설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면 됐지만 CAR-T 치료제는 원료에 해당하는 환자 혈액을 병원에서 추출해 보내야 합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일반 약제와는 접근 방식이 다른 만큼 수가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 밖에 투여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이상반응도 CAR-T 치료제가 넘을 허들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개발사는 물론 병원과 환자 모두 CAR-T 치료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허들은 조금씩 정복되고 있습니다.
 
CAR-T 치료 후 재발이 진짜 문제
 
CAR-T 치료제가 해결할 수 없는 단점이 시작된 지점을 찾아보면 역설적이게도 최대 장점이 나옵니다.
 
위에서 CAR-T 치료제의 장점을 살펴봤으니 단 한 번만 투여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딱 한 번만 투여해서 암이 모두 나으면 장점인데, 그렇지 않으면 딱 한 번만 맞을 수 있다는 건 단점이죠.
 
이 문제는 CAR-T 치료제 병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네오이뮨텍(950220)의 양세환 대표가 지난 3일 "CAR-T 치료제에는 약점이 있다. 한 번밖에 투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의료계 역시 1회 투여로 인한 제약을 걱정합니다. 만약 CAR-T 치료제를 투여했는데도 암이 재발한다면 막막해지는 상황이 닥치니까요. 실제로 프랑스 연구진이 지난해 말 미국혈액학회지 '블러드(Blood)'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보면 CAR-T 치료 후 절반 가까운 환자가 재발했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이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은 "CAR-T 세포 치료 실패 후 환자의 결과가 극도로 열악한 상태를 보였으며 특히 1개월 안에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경우 예후가 더 나빴다"며 "이러한 결과를 개선하려면 더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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