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레인보우 딛고 방산 재진출?

레인보우로보틱스 군용 로봇 국책사업 중
라이벌은 고스트로보틱스…연초 한화와 접촉도
콜옵션 확보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방산업 유지할지 주목

입력 : 2023-03-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게 방산업을 팔았었는데 로봇사업에 진출하면서 다시 접점이 이뤄진 게 주목됩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산업용 협동로봇 등을 만드는데 특히 군용 로봇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게 관전포인트입니다. 한화그룹 내 군용 로봇을 개발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삼성전자가 매각했던 삼성테크윈이 전신으로 먼 길을 돌아 본가와 경쟁하게 됐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재 용접을 대신해주는 산업용 로봇을 만들어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용접용 로봇은 한화로템도 개발해왔습니다. 현대차그룹 등 로봇사업에 투자 중인 다른 그룹들도 조선업 등에서 폭넓게 쓰이는 용접용 로봇 시장을 탐내고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방산 수주 자신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용접용 로봇 시장 외에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한발 앞서 가는 분야는 방위산업입니다. 군용 로봇 개발을 위한 국책사업을 단독 수행하고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책사업을 하는 만큼 추후 군용 납품 수주를 따낼 것도 자신하고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국책과제 완료까지 2년 정도 걸릴 듯하다. 다만 신속 과제로 지정돼 있다”면서 매출 실현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을 알렸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 군용 납품을 해온 고스트로보틱스가 국내 진출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경쟁하는 구도가 시선을 끕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고스트로보틱스 로봇은 군용에 특화돼 있다”라며 “국내 진출은 사실상 방산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이 때문에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봇 기술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라고 전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우리 군에 맞춤 설계로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가 본래 군용 로봇 기술에 강점이 있지만 우리 군에 적합한 스펙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자신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양사가 생산하는 사족보행 로봇개가 군에서 쓰이려면 로봇팔을 달아야 하는데 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외부 조달하는 고스트로보틱스에 비해 비용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이런 둘 사이에는 한화가 겹칩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한국법인은 연초 김동관 부회장에게 로봇 시연을 하며 접촉한 바 있습니다. 한국법인은 미국 회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로봇을 직접 생산해 판매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실상 군용 로봇에 특화된 이 업체가 매출이 발생할 곳은 방산시장에 국한됩니다. 국내 방산업계는 미국 업체가 한국 방산시장을 뚫으려면 한화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다만 업계는 김동관 부회장이 시연 이전까지 로봇개 관련 협력 제안을 몇번 받았으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대통령 경호 로봇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고 국내 총판 계약 업체의 실소유주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으로 이목을 끈 바도 있습니다. 때문에 시연 이후 한화가 든든한 뒷배로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업계 관심이 일었습니다.
 
삼성 전신 한화 계열사 방산 로봇 개발
 
한화는 이미 기존 계열사들을 통해 산업용 로봇과 군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상업용 로봇을 개발해온 삼성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쟁관계가 짙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군용 로봇은 물러서기 힘든 신사업으로 꼽힙니다. 방산업은 이익률이 높지 않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절대 적자가 나지 않는 알짜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한화그룹 내 군용 로봇 사업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폭발물탐지제거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삼성테크윈이 전신입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돌봄 로봇, 지능형 로봇, 주행보조 로봇 등을 개발해왔습니다. 이번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는 로봇 사업 지평을 넓히는 전략입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기존 IT·전자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상업용 로봇 시장에 집중할 듯 보입니다. 향후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완전 인수하게 되면 군용 로봇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입니다. 과거 이재용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과 협의해 화학·방산 매각 빅딜을 성사시켰을 때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유훈인 사업보국 성격의 방산업을 저버린다는 반대 여론도 있었습니다. 그런 진통을 딛고 실리 면에서 방산업을 팔았는데 이재용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수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만드는 로봇.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한편, 앞서 지난 16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회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경영권 취득이 가능한 콜옵션까지 확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를 통해 확보하게 된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은 총 14.99%입니다. 여기에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율(59.94%)은 50%가 넘어 완전 자회사가 됩니다. 삼성전자 종속회사로 분류돼 로봇사업 매출이 연결실적에 반영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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