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내린다'는 소아과 VS 학회는 '끝까지 사수'…대안 없는 복지부

전국 소아과 5년간 662개 폐업
복지부 "긴급대책반 구성해 점검"
"땜빵 수준 대책…정부 현실인식 없어"

입력 : 2023-03-30 오후 1:53:54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소아청소년과(소청과) 개원 의사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수입 감소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폐과' 선언한 가운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부적절하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마땅한 대안 마련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30일 성명을 통해 “1차 진료 개원가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하면 평생 업으로 해오던 전문의로서 소아청소년 전문진료를 포기하고 일반진료로 살 길을 찾아 전환하려고 하겠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한 길이 없다”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폐과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지난 2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라는 현수막을 내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나 줄어들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폐과'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임현택 의사회 회장은 "지난 5년간 소청과 의원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는데도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이라며 "이 나라에서 소청과 전문의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만큼 이제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 5년 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2020~2021년에는 78곳이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소청과 병·의원은 3247곳입니다.
 
의사회는 턱없이 낮은 진료비를 문제로 삼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비급여 시술이던 소아 예방접종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하면서 건강보험 적용으로 동네 병·의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입장입니다.
 
소청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여서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진찰료로만 수익을 내는 셈입니다.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0년 간 1만7000원(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만7611원)가량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소청과 지원 기피 현상도 심화되면서 전공의와 세부 전문의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임 회장은 “소청과 뿐 아니라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정형외과 등 소아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 영역의 의사들이 더는 버틸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소아청소년과(소청과) 개원 의사단체가 수입 감소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폐과' 선언을 했습니다. 사진은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기자회견 이후 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을 밝힌 상태입니다.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실타래 풀기는 묘연해 보입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소아청소년과학회, 지역사회 병·의원 등과 소통하며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분기별 이행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의료현장과 소통하면서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출생 등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위기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강화와 소아응급 진료기능 강화 등을 담은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복지부는 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각각 4곳씩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24시간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복지부가 소청과 의료 인프라 구축과 지원율 제고에 필요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의사회는 꼬집었습니다. 
 
임 회장은 "응급실에 데리고 올 정도면 중증 환아일 가능성이 높아 소청과 레지던트 등 소청과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소청과 의사 공백으로 진료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복지부는 엉뚱하게 시설확충을 해결책이라고 내세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인턴들이 소청과를 지원하도록 만들고, 대학병원 소청과 교수들이 사직 없이 보람을 갖고 계속 일하도록 만들고 인턴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고되더라도 신생아, 소아혈액암, 소아심장병, 소아감염병 등 세부 전공을 하겠다는 결심이 설 수 있는 대책인가 찬찬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복지부, 질병청, 기재부가 아이들을 살리는 대책이 아니라 이에 반하는 대책들만 양산하고 있다면 소청과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데 의사들이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에 반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측은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지'를 시사하는 '폐과'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해 소아청소년과 자체의 존립 문제로 잘못 비치고 국민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학회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을 끝까지 사수하며 소아청소년과 국민의 건강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소아·청소년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정부 당국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상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의원(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개원의 위주로 구성된 단체인 반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대학병원 교수 위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기자회견 이후 보건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정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병원 현장 간담회.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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