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부동산 직거래…"사기 피해 안전장치 없다"

공인중개사 거치지 않는 직거래 증가 추세
중개수수료 아낄 수 있고 절세도 가능해 호응
사고 시 매우 위험…공인중개사 통한 거래 권고

입력 : 2023-04-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백아란 기자] #1. 한 오픈 마켓에서 중개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직거래로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직장인 하모씨(33·남). 그는 며칠 후 계약한 물건이 이미 경매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전세금을 전부 날릴 위기에 처했지만, 아직도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2. 자영업자인 이모씨(41·남)는 사업차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가야 해 기존의 서울 집을 전세로 내놨는데요. 오픈마켓에서 만난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하려 했는데, 그는 정작 계약 당일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이 아무런 언질도 없이 연락을 끊어 이모씨의 속앓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매도·매수인 간 부동산 계약을 맺는 '직거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사기 피해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직거래는 절세 및 중개 보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직거래는 거래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도적 안전장치도 미비해, 사고 시에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업계는 아무리 부동산 법률 지식을 갖췄다 해도 부동산 거래만큼은 가급적 공인중개사를 통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절감에 직거래 비중 증가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계약일 기준) 2만9761건 가운데 직거래는 3200건으로 비중이 10.7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전월 직거래 비중 9.67%(3만2828건 중 3175건)보다도 1%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직거래는 더욱 활발한 모습입니다. 부동산R114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 건수는 1월(2771건) 대비 48% 늘어난 4111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이중 직거래는 2361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숙박시설은 직거래 비중이 87.2%(721건 중 629건)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직거래 증가 추세는 최근 국내 주택 시장의 침체 장기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세금과 공인중개사 비용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직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죠.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으니 중개수수료를 아끼고, 지인 간에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집도 넘길 수 있습니다.
 
특히 현행법상 시세의 30%, 3억원 미만의 직거래는 정상 매매로 인정돼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이 방식을 활용해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죠.
 
실제로 당근마켓 등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직거래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 매물 정보에는 수수료는 물론 부가가치세를 아낄 수 있다는 소개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거래 절차 복잡…제도적 안전장치도 미비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개수수료 절감을 위해 직거래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일반인은 물론 상당한 부동산 법률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 해도 거래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거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기 피해 우려도 크고, 사기를 당한다 해도 사적 거래인만큼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워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방안도 마땅찮다는 지적입니다.
 
업계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전 재산에 달하는 물건을 거래하는 일인 만큼, 직거래보다는 안전하게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에 나설 것을 권고합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부동산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거래량의 40%가 직거래로 나왔는데, 이 중 4~5%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법 무등록 중개행위에 의한 거래로 추산된다"며 "문제는 직거래의 경우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탈세나 재산권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의 경우 (전세사기 등)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계약 전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거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합건물이나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직거래는 중개수수료 절감과 절세 차원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거래 비중 증감은)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는 지역과 용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거래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직거래를 편법 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이상고가나 저가매물로 인해) 시세를 왜곡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시장의 불안정성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판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백아란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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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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