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 특정 언론에 ‘대우조선 결합’ 여론전 청탁

한화, 특정 매체들 골라 윗선에 자료 3건 배포
공정위 압박 수단으로 HD현대측 앞세운 내용
"'HD현대 훼방 탓', 우리 입장아냐" 거짓 해명

입력 : 2023-04-13 오후 1:04:3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000880)그룹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 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사가 지연되자 여론전을 펼쳤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한화는 특정 언론사들을 선별해 3건의 자료를 배포한 뒤, 한화에 유리한 입장으로 기사를 써달라고 청탁했습니다. 그 3건의 자료 모두 HD현대(267250)측을 음해하는 내용입니다. 한화가 HD현대를 앞세워 공작을 벌인 건 공정위의 결합 심사가 길어지는 원인을 HD현대의 이의제기 탓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6일 모 인터넷 언론사 윗선에 연락해 자료 3건을 전송했습니다. 첫 번째는 'HD현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재판 판결문 열람 불가 조치'란 제목입니다. HD현대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소속 직원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해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관계 당국이 부정당 제재나 계약 취소와 같은 조치를 못 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골자입니다.
 
두 번째는 'HD현대, 수주 방해를 위해 한화 인수지연 작업'입니다. 특히 이 자료는 HD현대가 공정위에 네 차례 이의제기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정확한 날짜(지난해 12월29일, 지난 2월6일, 3월10일·24일)까지 적시했습니다. 심지어 본인들이 업계 입장을 대변해 "HD현대가 대우조선과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업결함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마지막 건은 대우조선의 경영 악화를 명분으로 기업결합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이 자료 역시 HD현대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HD현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골든타임 놓치게 만들어 경쟁력 저하시키나'가 그 주제입니다.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하는 한화가 특수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HD현대가 공정위에 군용함(군함) 독과점과 관련된 의견을 제출해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화가 지난 6일 특정 언론사 임원에게 자료 3건을 보내며 여론전을 청탁한 SNS.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한화, 편집 권한 가진 인사급에 요청
 
한화가 부탁한 날짜인 지난 6일을 기점으로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보도된 기사는 최소 10건으로 파악됩니다. 문제는 한화가 자료를 윗선에 청해 최대한 보도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모 언론사 기자는 "한화에서 해당 자료 청탁이 윗선에 별도로 왔고 본인도 윗선을 통해서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받은 자료가 한화의 의도가 있든 없든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판단해 가능한 한 중립적으로 쓰기 위한 추가 취재로 노력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가 쏟아지자 여러 업계의 여론은 '한화-대우조선 기업 결합' 심사 경쟁당국 총 8곳 중 해외 당국 7곳이 모두 승인했지만 국내 공정위만 망설인다는 입장이 많았습니다. 이에 방사청이 지난 10일 공정위에 "(양사 결합이) 군함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입니다. 이 같은 방사청 의견에 '조건 없는 승인' 결정 가능성도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당초 업계에선 공정위가 군함 독과점 문제를 고려해 '조건부 승인'을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더군다나 한화는 이 같은 여론전을 먼저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HD현대를 향한 의도적 비판의 출처가 본사가 아니라고 거짓 해명했습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 11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네 차례 HD현대가 이의를 제기했다고 매체 보도를 통해서만 알고 있고, 여러 매체에 보도된 내용 모두 한화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며 "한화의 입장은 신속히 그룹 품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빠른 정상화가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서 언론사들이 보도한 내용이 오보냐는 질문엔 입을 닫았습니다. 또, 수정 또는 삭제 요청을 했냐는 물음엔 "일일히 대응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말해 'HD현대의 결합 훼방'이 한화의 입장이 아니라는 주장은 납득이 안됩니다.
 
기업이 공공기관 압박하는 경우는 역사적
 
HD현대는 같은날 이의 제기에 대해 "국내 방산업체로서의 정상적인 의견 제출"이며 "한화를 발목 잡는다는 건 굉장히 부당하고 억울한 표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도 당시 "타 국은 방산과 조선이 이종 산업이니까 승인이 난 것이고 한화랑 대우조선은 방산 사업을 하고 있는데다가 국가 세금으로 진행되는 산업이기에 공정위가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라며 "심사관인 공정위와 만만한 HD현대를 압박하는 게 이성을 잃은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화.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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