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부실자산 우려↑…김상태 단독대표체제 삐걱

IB역량 강화 '안갯속'‥위험자산 회수 여부 주의
4분기 고정 이하 여신비율 전분기 대비 4배 이상 급증
IPO 부진에 기업대출로 눈돌렸나

입력 : 2023-06-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해 대형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실적개선과 함께 부실자산이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추진해 온 기업금융(IB) 역량 강화가 성과를 내지도 못한채 무리한 기업대출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흑자전환 성공했지만, 위험자산도 확대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 계열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27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194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증가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은 1분기 증시 활황 및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상품수수료 증가와 채권운용손익 증가 영향이 컸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을 통해 체면치례에 성공했으나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실적 개선과 함께 위험 투자도 확대되면서 향후 리스크 요인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 여파로 미수채권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자산 확대는 신한투자증권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대출금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대출금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12.67%로 전분기(3.35%) 대비 무려 9.32%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제외한 10대 증권사 평균치(1.93%)를 6배 이상 웃도는 수치입니다. 대신증권의 경우 대출금 고정이하 자산비율이 100%이지만, 대출금이 53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신한금융투자의 대출금(3조320억원)의 600분의 1수준입니다. 대신증권의 고정이하 자산은 과거 대출을 진행했던 특정기업이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하면서 충당금으로 설정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의 고고정이하 자산비율은 지난해 △1분기 2.44% △2분기 2.88% △3분기 3.35%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전체 자산 가운데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로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증권사의 대출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산을 고정이하자산이라고 부르며,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증권사의 고정이하 여신은 대부분 기업대출에서 발생하는데요.
 
신한투자증권의 위험 투자와 관련해 일각에선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IB 역량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기업 대출을 진행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테일·자산관리(WM) 대비 취약한 기업금융(IB)을 궤도에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이 이어지자 기업 대출에 눈을 돌렸단 지적입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된 이후 신한투자증권 IB역량을 키워야했던 만큼 기업 대출 금액이 급격히 증가했고, 회수가 힘든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IB 역량 강화 김상태호, IB 실적은 감소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기업금융 전담조직인 GIB그룹을 1,2그룹으로 나눈 데 이어 지난 1일부터  1~3부 체제로 확대해 IB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GIB그룹 주도로 금호고속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부동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730억원 규모의 유동화금융 차환 약정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대표는 IB 업무만 30년 넘게 맡아온 IB 전문가로 △유진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거쳤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선 IB 총괄 사장을 역임했죠.
 
앞서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영창 대표는 라임펀드와 독일헤리티지펀드 사태 수습부터 인적 쇄신,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 등 부분에 성과를 내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년 임기의 대표직에 오른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고 지난해 말 임기 만료를 맞이해 물러났죠. 올해 본격적인 단일 대표 체제 경영에 들어간 김 사장은 신한투자증권의 IB 역량 강화라는 숙제를 완료해야 하죠.
 
다만 올해 기업공개(IPO)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 더블유씨피(393890) 등 대형 IPO를 주관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올해는 대형 IPO가 사라지면서 실적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올해 1분기 IB부문 수익은 439억원으로 전년동기(957억원) 대비 54.1% 감소했습니다. 
 
신평사 "신한증권, 위험투자 확대…자산 회수여부 주의"
 
공격적인 기업대출 증가 등으로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신한투자증권의 위험익스포저 건정성 리스크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위험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건전성 지표 추이와 투자자산의 원활한 회수 여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2023년 3말 신용공여(기업여신+우발채무) 규모는 5조8422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10.7%에 달하고 있어 양적부담이 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증권사들은 보통 신용공여 한도의 80~90%까지 채우는 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3월말 위험익스포져/자기자본 비율은 227.1%로 우발부채, 기업대출, 자체헤지 ELS 등 위험익스포져 부담이 큰 편”이라며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 대체투자자산 중심으로 부실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증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으로 신한 투자증권의 요주의이하 해외투자자산인 호텔, 항공기, 요식업, 오피스 등의 건전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산의 원활한 회수 여부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증권사들의 골칫거리가 된 부동산PF 관련 리스크 역시 다른 대형사 대비 큰 편입니다. 2022년말 부동산PF(브릿지 포함) 관련 신용공여 규모는 1조1000억원(자기자본 대비 20.4%)으로 대형사 그룹 대비 양적부담이 작은 편이지만 중·후순위 약정 비중이 67.9%에 달합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연채 문제 등 고정이하자산 확대와 관련해 “고정이하자산의 경우 정량적으로 연체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분류되는데 꼭 손실 확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량적 판단뿐 아니라 정성적으로도 판단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늘어난 기업대출 부분이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될지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고정이하자산의 증가 여부 등은 판단하기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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