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불황형 성장'…"장기 저성장 국면에 하반기도 암울"

2분기 성장률 0.6%…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
"이미 저성장 진입…코로나19로 가려진 것"
"수출 부진 장기화 시 장기 침체 가능성도"

입력 : 2023-08-02 오후 4:50:01
 
 
[뉴스토마토 주혜린·김유진 기자] 소비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흑자를 내는 이른바 '불황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들어선 만큼 하반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부채, 산업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6.5% 감소했습니다. 수출은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5.4% 줄었습니다.
 
수출 하락에도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16억3000만달러(2조823억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보면 지난 4~6월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로 집계됐습니다. 2분기 연속 0%대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1분기 성장세를 견인했던 민간 소비는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면서 0.1% 감소했습니다. 정부 소비는 올해 2분기 1.9% 줄어 지난 1997년 1분기(-2.3%) 이후 가장 많이 위축됐습니다. 투자도 쪼그라들었습니다. 건설 투자는 0.3%, 설비 투자는 0.2% 감소했습니다. 
 
수출과 소비 등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는데도 GDP가 0.6% 성장한 것은 순수출 덕분입니다. 수출 감소 폭(-1.9%)에 비해 수입(-4.2%)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성장률을 그나마 끌어올린 셈입니다.
 
불황기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불황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출의 주요 항목인 내수와 수출은 줄었지만, 순수출 규모가 내수 감소 폭보다 컸기 때문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신 국장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불황이라고 보기보다는 부진에서 완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불황형 성장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수출의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로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며 불황형 성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소비와 수출이 모두 부진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불황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료는 월별 수출·수입 증감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이 전망한 연 1.4% GDP 성장률을 기록하기 위해선 하반기에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황형 성장이 계속 이어지면 '상저하고'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들어선 가운데 가계·국가부채, 산업 등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 이 문제를 재정·통화 등 단기 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며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무역수지가 계속 안 좋다가 이제는 수입마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IMF에서 우리나라를 좋게 평가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국가부채가 적었기 때문이다. 경제가 안 좋은 가장 큰 원인은 부채"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일단 금리를 일단 올려야 한다"며 "예산과 재정 등을 줄이고 불필요한 곳에 지출되는 것을 줄이면서 정상화한다면 하반기에는 조금 나아질 것이고 내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을 한 건 맞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한 형태의 저성장으로 볼 수 있다. 장기 저성장 국면은 오래전에 진입했다"며 "코로나19 전 2% 나온 해에 실제로 1.8%였으나, 건설 쪽을 밀어붙이며 0.2% 올렸다. 4년 전에 이미 저성장 국면 진입한 셈인데, 코로나19로 눈을 가린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1.4%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 무역수지 경상수지가 어떻게 되느냐 따라 1.3~1.5% 사이가 나올 것 같다"며 "순수출이 마이너스로 나오면 1.3%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하반기 가장 큰 리스크는 가계·정부 부채다. 특히 가계 부채가 성장률을 다 깎아 먹고 있다"며 "반도체, 2차전지 등 구조조정이 전혀 안 된 상태인 것도 문제다. 산업 구조조정을 못 하면 일본처럼 쭉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비와 수출이 모두 부진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불황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김유진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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