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촌체험휴양마을' 다시 살아나는데…예산 '속앓이'

코로나 타격 이후 소생하고 있는 '둔장마을'
체험휴양마을 관련 예산 모두 삭감…어촌 활성화 갈길 멀어
'5대5' 사무장 월급 지원 절실…막 회복 단계인데 운영 어려워

입력 : 2023-11-20 오후 2:52:1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 마을은 옛날에 사람이 많이 살았는데 인자 37개 어가만 삽니다. 여자는 32명, 남자는 30명 이렇게 남았지라. 기자 양반. 나가 쥐띠 48년생인디, 우리 마을에서 나이로는 중간쯤 되여. 마을 막내가 58살쯤 되지라."
 
지난 16일 해양수산부 기자들과 만날 생각에 한숨을 못 잤다던 신안군 둔장마을 어르신인 강정원(만 75세) 씨. 강정원 씨는 특유의 입담과 진한 구수함으로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을 이 같이 소개했지만 웃픈 여운이 남습니다.
 
사실상 마을에 남아있는 70대 청년층이라는 점은 소멸 위기에 놓인 어촌마을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어촌은 초저출생·초고령화로 농촌에 비해 4배가량 높은 인구 감소율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1970년 116만5232명이었던 어가인구는 2045년 어촌 지역의 87%가 소멸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단이 찾은 전남 신안군 소재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은 코로나 타격으로 지난 2021년 체험객수 2764명(직접소득 3233만원), 2022년 1166명(3717만원)을 기록한 후 올해 10월까지 1592명, 4256만원의 직접 소득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전남 신안군 자은면 관광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다행히 둔장마을은 50대가 귀어해 어가 인구수를 채웠지만 '마을 막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씁쓸함 감이 감도는 건 여전합니다.
 
정부는 소멸 위기에 놓인 어촌마을의 심폐소생을 위해 어촌을 도시 수준의 생활공간으로 바꾸고 어업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어촌체험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소비·관광인구 확충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어촌의 경제 자립을 타이틀로 '5년 간 어촌 300곳에 3조원'이라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업그레이드판을 내밀었지만 어촌 현장과 정부 예산 지원책 간의 온도차가 큰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진들은 이구동성 '사무장 급여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무장은 어촌체험휴양마을을 가동하기 위한 실질적 운영 관리자로 주5일 최저임금을 받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 근무자를 의미합니다.
 
강 씨는 “마을 자부담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디요. 주중·주말할 것 없이 매달 고생이 많으요. 따땃하게 근무할 시설도 고민하고 있는디, 사무장 임금을 전액 지급하지 못할 경우 어촌체험마을 운영이 어렵지 않것소”라며 하소연했습니다.
 
코로나19의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던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은 2021년 체험객 2764명(직접소득 3233만원), 2022년 1166명(3717만원)을 기록한 후 올해는 10월까지 1592명으로 4256만원의 직접 소득을 통한 회복 단계에 있습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 타격 이후 최근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사무장 월급을 지원하지 않으면 둔장마을 뿐만 아니라 지정된 전국 어촌체험휴양마을들의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추구하는 어촌 경제 자립을 통한 새 일자리 지원은 정작 마을 직접소득에 달려있지만 자리매김 때까지는 일정부분 정부 지원은 필요하다”며 “사무장 월급이 지원되지 않으면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16일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단이 찾은 전남 신안군 소재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은 코로나 타격으로 지난 2021년 체험객수 2764명(직접소득 3233만원), 2022년 1166명(3717만원)을 기록한 후 올해 10월까지 1592명, 4256만원의 직접 소득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전남 신안군 자은면 관광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해양수산부)
 
김정화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장은 "작년까지 5대5로 지급을 해왔는데 농촌지원 농촌체험휴양마을을 포함해 관련 예산 모두 전액 삭감됐다"며 "국회 상임위원회, 예결위원회에서도 원복 의결을 낸거로 안다. 최대한 검토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경철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은 "전국 127개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지정돼 운영 중"이라며 "코로나 당시 100만명 이하로 체험객 감소 이후 마을 컨설팅, 체험프로그램 다양화 등 정책 지원을 통해 상승세로 전환됐다. 민간기업과의 협업모델을 발굴해 최근 관광 트렌드에 맞는 체험상품 특화에 힘쓰고 마을 자생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가중요어업유산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추가 등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하고 지속적인 지정 확대와 함께 기존 지정 어업유산에 대한 홍보 및 연계 관광상품, 인프라 개발 지원 등에 힘쓸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경철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은 지난 16일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기업과의 협업모델을 발굴해 최근 관광 트렌드에 맞는 체험상품 특화에 힘쓰고 마을 자생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박경철 어촌어항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신안=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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