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8세 초등학생이 아파트 고층에서 던진 돌에 맞아 70대 어르신이 숨졌습니다. 당시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며 계단을 오르다 변을 당하고 말았는데요. 심지어 유족들은 피의자 측으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황망함만 토로할 뿐 입니다.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별생각 없이 장난으로 돌을 던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학생은 어떤 처분도 받지 않게 됩니다. 소년법에 따르면 만 10세이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대신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가해 학생이 만 10세 미만 초등학교 저학년 생으로 형사처벌 뿐 아니라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올 4월에는 인천에서 중1 여학생이 또래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합니다. 이들은 30분간 구타 이후 여학생의 속옷만 입은 영상을 찍어가고 협박한 혐의도 있습니다. 가해자들 6명중 3명이 촉법 소년들이었는데 이들은 사과는 커녕 사과하라는 여학생 부모에게 "저희는 촉법이라 형사처벌 안 받는다 ㅎㅎ"라며 되레 의기양양했습니다.
최근 나이어린 학생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년법이 정한 소년범 연령이 1958년 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 정당한지 고민할 시점이 된 겁니다. 실제 촉법소년 사건은 2018년 7364명에서 작년 1만6435명으로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고, 강력범죄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촉법소년이 저지른 죄목을 보면 절도(7874명), 폭력(4075명) 비중이 전체의 70%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소년법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촉법소년 기준이 되는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큽니다. 법무부는 작년 10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죠. 하지만 입법논의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국회는 만 14세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법안을 8건 발의했지만 모두 계류 중입니다. 촉법소년 기준연령은 한국 14세, 미국·프랑스 13세, 캐나다 12세, 영국·호주 10세 미만입니다.
당장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모든 소년범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계 의견 충돌로 지지부진 하고 있지만 모든 범죄를 형법으로 처벌하자는게 아니라 흉악범죄에 대해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를 막자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소년범을 처벌하는 것보다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이 부분도 분명 설득력은 있지만 미성년자들의 범죄가 더 계획적이고 흉악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손봐야 하는게 필요해 보입니다.
김하늬 콘텐츠·편집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