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관세정책에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트럼프2기 경제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경고가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성장률 둔화 우려가 나오자 시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역대 최악으로 떨어졌고, 전임 대통령 3명이 트럼프를 비판하는 등 미국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독교인들이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부활절에 자기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며 '마이 웨이'를 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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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지지율 재임 중 '역대 최저'…전직 대통령 목소리 높여
미국 <CNBC 방송>이 지난 9∼13일 미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긍정 평가한 비율은 43%에 그쳤습니다. CNBC 여론조사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에 못 미친 것은, 지난 1월 취임 이후는 물론 그의 재임 1기 기간을 통틀어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만큼은 잘 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지난 대선 이후 미국인들의 경제 낙관론이 사라진 겁니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매우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경제 분야의 지지율 하락의 주된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물가 대응 관련 불만에서 나왔습니다. 응답자의 49%가 전면적인 관세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인플레이션 및 생활비 분야와 관련해서도 부정 평가가 60%였습니다. 특히 내년 미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 비중은 49%로 2023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계의 관례가 깨진 건데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현재의 미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사익을 얻기 위해 진실을 왜곡해도 상관이 없는 상태"로 규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5일 장애인 단체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 3일 "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공직은 '아니, 그건 옳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인 시민"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간섭과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한 겁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국제 및 공공 문제 대학원의 역사학자 티모시 나프탈리는 "전직 대통령들은 미국이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목소리를 높이고 미국 국민에게 경고할 수 있는 독특한 자격과 위치에 있다"며 "그들을 미국 국민을 위한 일종의 자문위원회로 생각하고, 자문위원회가 경종을 울릴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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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퇴진하라" 미 전역서 더 독해진 '반 트럼프' 시위
시민들은 다시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 개최됐습니다. 지난 5일 전국적으로 50만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겁니다. 참가자들은 노동절(May Day)인 다음 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경제 위기에 대한 지표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미 상무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매판매를 보면 전월 대비 1.4%P 증가한 7349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월(0.2%) 대비 큰 폭의 개선이며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월간 증가폭입니다. 수치로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은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구매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이 같은 소매판매 증가는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경제 호조가 아닌 사재기의 영향이라는 것인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을 대비해 사전에 최대한으로 물품 구매를 한 것이 지표에 반영됐다는 겁니다.
트럼프정부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데요.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미국의 월간 일자리 증가가 전월 대비 20만명 이상 증가에서 10만명 미만 증가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 방문객 수도 급감했습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미국여행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관광산업으로 미국 경제에 1조3000억달러(약 1851조원)가 유입되고 15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10% 이상의 방문객 감소가 예상되며 여행 부문에서 90억달러(약 12조8000억원)의 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부활절 메시지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과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건 사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SNS에 바이든 전 대통령은 "단연코 가장 무능한 최악의 대통령이었고 전혀 개념이 없었다"면서 "이 대단한 멍청이를 선출하기 위해 2020년 대선에서 사기를 친 모든 사람에게 나의 큰 사랑과 진심, 애정을 담아 행복한 부활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