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질주 '역풍'…지지율 '역대 최저'

'미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100일'…관세맨, 주요 정책 평가 '부정적'
미시간서 취임 100일 기념집회…"대선 캠페인에서 말했던 것과 일치"

입력 : 2025-04-29 오전 9:00:00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관세맨'으로 전면 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그에 대한 100일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요. 결과는 '최악'입니다. 관세를 비롯해 이민, 외교 등 '제 멋대로' 쏟아내는 정책 후폭풍에 그에 대한 실망스러운 국내외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 국민들은 '100일 동안의 혼돈', '미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100일'이라는 혹평을 남겼는데요. 트럼프는 취임 100일 기준,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안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 혼란에 등 돌린 미 국민'…"트럼프 2기, '혼돈' 그 자체"
 
취임 100일을 앞두고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습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지난 18~22일 미국인 2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오차범위 ±2.0%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55%, 긍정적 평가는 39%로 나타났습니다. 긍정적 평가는 <WP>의 지난 2월 조사 때 지지율 45%보다 6%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낮다"며 "집권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시점에서 42%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52%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관세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64%에 달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는 34%로 절반에 그쳤습니다. 관세정책이 초래한 주식시장 혼란에 대한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률은 67%로 더 높았으며 경제 정책, 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1%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대다수는 트럼프가 권한을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대다수는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답하며 절반 정도는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졌다고 말했다"며 "한때 트럼프의 분명한 속성이었던 경제는 그의 대통령직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원천이 되었다"고 해석했습니다.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와 공동으로 지난 17~24일 미국인 16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오차범위 ±2.9%포인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3월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 2월 조사와 비교하면 7%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구체적 정책 지지율도 지난달 초 조사 때보다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 관리'는 9%포인트 하락한 35%, 관세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4%포인트 떨어진 35%였습니다.
 
미 국민들은 트럼프 2기를 묘사하는 단어로 '혼돈'(chaotic)을 꼽았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이 전국 유권자 9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2기를 가장 잘 묘사한 단어로 응답자의 66%가 '혼란스러운'을 꼽았습니다. 이어 '무서운'(Scary) 59%, '흥미로운'(exciting) 4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워싱턴 D.C.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첫 경제 성적표도…최근 3년래 '최악' 불가피
 
100일간의 허니문을 끝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101일째인 오는 30일 실질적인 첫 경제 성적표를 받을 전망입니다. 이날 상무부가 1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공개하는데 모두 3차례에 걸쳐 발표되는 GDP 통계 가운데 첫 통계입니다. 미 경제가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정책, 정책 불확실성으로 고전하면서 경기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시장도 이 GDP 통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시장의 기대는 낮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분기 GDP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 0.4%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4분기(2.4%)보다 크게 낮고 2022년 2분기(0.3%)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겁니다.
 
경기 전망 또한 어둡습니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갔고,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는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월가와 재계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무역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열린 한 행사에서 "관세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돌려놓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00일에 대해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집권 첫 100일일 것"이라고 혹평했습니다. 
 
한편 트럼프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시간 맥컴카운티에서 취임 100일 기념집회를 열 예정입니다. 디트로이트 교외인 맥컴카운티는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의 자동차 제조시설이 위치한 노동자 밀집 지역입니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한 시사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대선 캠페인에서 말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타임은 "그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시기 중 하나로 기록됐다"라며 "권력 장악과 전략적 전환, 직접적 공격이 쏟아지면서 반대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지도자들, 심지어 많은 지지자까지도 충격에 빠뜨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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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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