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한민국 완전히 초토화"…안보마저 '비상등'

암울한 경제, 안보까지 '위협'
7차 핵실험·서해 NLL 도발 우려

입력 : 2024-01-10 오후 3:49:1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차량인 중요군용대차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5일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남한을 '주적'으로 재설정하고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하라)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암울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안보까지 '비상등'이 켜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 교전국 이어 남 '주적' 재설정'상시적 무력충돌'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 8~9일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직접 남한을 '주적'으로 단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 당시에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남한을 '주적'으로 재설정했습니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포병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지난 5일 서북도서부대 K-9 자주포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남북이 모두 '강대강'으로 대응하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점입니다. 군 당국은 지난 2018년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화하고 지상과 해상 적대행위 완충구역도 무력화하기로 했습니다. 
 
군은 이르면 이달 중 각 군의 훈련계획을 수립해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군 당국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원에 맞서 상응조치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군은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는 '즉강끝 원칙'을 필두로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북한이 군사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을 주도한 김영철을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DMZ 목함지뢰 도발 등을 지휘한 리영길·박정천을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 등 '도발 주역 3인방'을 기용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4월 총선 코앞북, 무력도발 통해 '안보불안' 자극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과 해상 도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북한 영변 핵시설 실험용 경수로(ELWR) 인근의 시운전 정황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플루토늄 생산시설 외에도 고농축 우라늄(HEU) 시설을 가동중이며, 수소폭탄의 원료인 삼중수소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은 이미 군사력의 급진적 발전을 가속화하겠다며 △군수공업 △핵무기 △미사일 △우주개발 △선박공업 △무인항공 △탐지전자전 △민방위무력 등 총 8개 부문의 과업을 제시했습니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대 이후 총 464차례(2000년대 225차례, 2010~2018년 237차례, 2019년 0차례, 2020년 1차례, 2021년 0차례, 2022년 1차례)의 국지도발을 이어왔습니다. 
 
이중 해상도발은 2000년대에 180차례, 2010~2018년 209차례로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장철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군사적 대남 도발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은 '해군의 수중 및 수상전력을 제고'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북한의 해상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짚었습니다.
 
북러 밀착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합니다. 9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지난 6일 북한이 제공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북러 군사협력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건데, 우려되는 건 탄도미사일의 실사용으로 북한이 실전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미일 등 48개국 외교장관과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9일(미국 현지시간) '북러 탄도미사일 이전 관련 공동성명'을 내고 북러 무기거래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모든 유엔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러시아와 북한의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명에 중국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첫 통화를 갖고 북한의 서해 포격 도발과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엄중한 사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지난 8일 '2024년 10대 위험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불량의 축'으로 꼽았습니다. 이들은 "불량국가들의 상호 지원과 연대 심화가 국제 안정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동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