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급취소에 정보 유출 우려까지…탈 많은 '알리'

비즈니스 간담회 전일 돌연 취소 행보…"내부 사정 때문"
국내 고객들의 개인정보 중국 유출 우려도
업계 "국내 시장 등한시하는 행위" 지적

입력 : 2024-03-13 오후 3:53:5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초저가 가격을 무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초토화하고 있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사업 외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계획된 간담회의 취소, 고객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잇따라 불거짐에도 알리 측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국내에서 이렇다 할 규제 없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 12일 실시할 계획이던 '알리익스프레스 2024년 비즈니스 업데이트 간담회'를 전일인 11일 돌연 취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알리 관계자는 "본사 고위직 불참 등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간담회를 취소하게 됐다"고만 말했습니다.
 
기업이 대형 간담회를 이렇다 할 예고 없이 갑작스레 전일 취소하는 일은 매우 드문데요. 본래 알리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한국에서 세계로' 프로그램을 소개할 계획이었습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알리, 테무 등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중국 플랫폼들의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초저가 공세도 문제지만 알리의 경우 국내 업체들과 다르게 이렇다 할 규제 없이 가품, 불량품까지 판매하면서도 미흡한 고객 대응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알리가 이 같은 여론을 불식시키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된 것으로 해석됐는데요. 갑작스러운 간담회 취소로 알리의 이미지 개선은 요원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일각에서는 알리가 정부의 해외 온라인 플랫폼 제재에 부담을 느끼고 이 같은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정부는 중국 이커머스 업계에 대응하기 위한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하고 위해 물품 반입 차단, 국내 이커머스 업계 애로 해소 대책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인데요.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 플랫폼에 대해 대대적으로 규제하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간담회 강행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 해도 충분히 원인을 설명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날짜의 여력 정도는 있었을 텐데, 전일 취소하는 것은 올바른 의사 결정은 아니다. 자칫 국내 시장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로도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알리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르면 '고객 사전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요. 아울러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동의 없이도 판매자인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알리가 언급한 제3자가 구체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법적으로 지국 기업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 프로세스 상 개인정보 유출 개연성이 충분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알리 관계자는 "한국의 데이터 관리 감독 요구 사항에 따라 한국 가입자의 개인 정보와 관련된 내용을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서 충분히 고지하고 사용자의 동의를 얻은 후에 수집하고 있다"며 "추가로 지난 2019년부터 국제 표준화 기구(ISO)에서 발행한 정보 보안 관리 시스템 및 개인 정보 보안 관리 시스템 인증을 획득해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데이터 안전 등급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가 개인정보 보호를 준수한다고 밝혔지만 알리가 개인정보를 위탁하는 업체들에 대해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사실상 알리 측의 투철한 개인정보 보호 의지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6일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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