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심판' 대 '이재명·조국 심판'

정권심판론 불붙자…한동훈 기조 전환 '승부수'
공식선거운동 첫날…한동훈 '물가'·이재명 '심판'

입력 : 2024-03-28 오후 7: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여야는 '심판론' 대 '심판론'으로 맞붙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조국 심판'을,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정권심판론이 거세지자 '이재명·조국 심판'으로 구도를 전환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피의자인 이재명·조국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 청산'을 구호로 꺼내들었고, 이들에 대한 중도층 및 2030 세대의 비호감을 자극시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정치를 개 같이"…'이재명·조국'은 '범죄자' 
 
한 위원장은 이날 공식 선거운동 0시를 기해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가락시장)을 찾아 물가 동향을 점검했습니다. 야채 및 과일을 중심으로 급등한 '물가'를 의식한 발걸음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논란'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자 이를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연장선에서 일부 가공식품 등의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10%→5%)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오전 10시 서울 마포를 시작으로 서대문·용산·중성동·광진·동대문·강북·도봉·노원·남양주·의정부 등 서울과 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 격전지 12곳을 훑으며 유세 대장정을 펼쳤습니다. 약 5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인 유세 일정을 소화한 한 위원장은 곳곳에서 '이재명·조국 심판'을 강조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역 선거 유세에서는 이번 선거를 "대한민국이 전진할지 후진할지, 융성할지 쇠퇴할지, 공정해질 것인지 범죄자의 지배를 받을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라고 규정하면서 "저희는 정치개혁과 민생개혁, 범죄자들을 심판한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했습니다. 
 
서울 신촌 유세에선 "정치는 여러분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며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는데요. 격한 발언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민주당은 설화 걱정에 후보들에게 맞대응 자제를 주문하면서도 당 차원에서 "무학대사는 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 위원장은 마포와 서대문 유세에서만 '범죄'라는 단어를 20번 가까이 언급했는데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거세지며 수세에 몰리자 '이재명·조국 심판'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기조 전환으로 해석됐습니다. '운동권 심판론'이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들의 약점인 사법 리스크를 겨냥, 총선을 다시 비호감 대결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는 성동구 왕십리역 유세에서도 "국민의힘은 민생과 정치 개혁"이라며 "그 두 가지를 해내기 위해서 범죄자들을 치워버릴 것"이라고 했으며, 광진구 유세에선 "두 사람(이재명·조국)의 유죄 판결이 확정돼 감옥에 가기까지 3년은 너무 길다"면서 조국 대표의 구호를 끌어다 썼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사거리에서 김영우 후보, 김경우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산서 심판론 띄운 민주당…"윤석열 심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전 7시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근길 인사로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출근길 인사 후 오전 10시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당 출정식에 참석했는데요. 민주당이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 장소로 용산을 선택한 것은 한강벨트 최대 격전지인 동시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용산에는 대통령실이 위치해 있어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렸습니다. 동시에 용산역은 호남선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 심판 열차가 국민 승리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출발한다"며 "윤석열정권은 2년 내내 국민을 속였다. 기본적인 국가운영 시스템도 파괴하고,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 정권에게 이제 주권자가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심판할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출정식 이후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전현희 중·성동갑 후보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한강벨트 격전지인 동작으로 이동, 김병기(갑)·류삼영(을) 후보 지원에 나섰습니다. 저녁엔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 퇴근길 인사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최근 계양을 지역에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의 추격전이 만만치 않자, 공식 선거운동 첫날 자신의 지역구 일정을 오전·오후로 소화했습니다. 
 
3지대 정당도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행보를 시작해 대구·대전·서울로 올라오는 경부선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조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을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서 가졌는데요. 이곳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한 곳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조국혁신당의 포지션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군사독재 정권도 우리 부산시민들이 일어나서 해결했다"며 "부산에서 동남풍을 일으켜서 전국으로 밀고 올라가겠다"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개혁신당은 자정 영등포소방서 방문을 시작으로 오전엔 남양주와 구리에서, 오후엔 서울 영등포역에서 중앙당 발대식을 개최했습니다. 새로운미래는 자정 송파 가락시장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으며, 녹색정의당은 0시에 맞춰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시 용산구 해밀톤호텔 골목을 찾아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중구성동구 갑과 을에 각각 출마하는 전현희 후보와 박성준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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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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